[서강대학교 중앙영화동아리 서강영화공동체에서 2021년 3월 발간한 문집 <Feelm> 2호에 수록한 글을 재구성했습니다.]
1949년 5월 24일 영국 잉글랜드 데번 주 토키에서 태어났다. 영국 국립영화학교(NFTS)를 졸업한 뒤 1980년대부터 장편 영화 촬영감독을 맡았다. 1990년대 <바톤 핑크>와 <쇼생크 탈출>로 미국 영화계에서 입지를 다졌고 이후 코엔 형제와 협업하며 <파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 뛰어난 작품을 남겼다. 2000년대 이후에는 샘 멘데스, 드니 빌뇌브와 협업해 주목받았다. 미국 아카데미상 촬영상 후보에 15번 올라 2번 수상했다.
홈페이지를 운영한다.
1986 시드와 낸시
1991 바톤 핑크
1994 쇼생크 탈출
1996 파고
1998 위대한 레보스키
2000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
2001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2005 자헤드 – 그들만의 전쟁
2007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07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
2008 레볼루셔너리 로드
2010 더 브레이브
2012 007 스카이폴
2013 프리즈너스
2015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2017 블레이드 러너 2049 [미국 아카데미상 촬영상 수상]
2019 1917 [미국 아카데미상 촬영상 수상]
미국 아카데미상과 인연이 없었다. 1995년 <쇼생크 탈출>로 처음 촬영상 후보에 올라 2018년 <블레이드 러너 2049>로 수상하기 전까지 13번 연속으로 수상에 실패했다. 2008년에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이 동시에 후보에 올랐지만 <데어 윌 비 블러드>를 촬영한 로버트 엘스윗에게 밀렸다. 한편 <시드와 낸시>는 디킨스의 80년대를 대표하는 작품이자 배우 게리 올드만과 작업한 유일한 작품인데, 올드만도 디킨스와 같이 2018년 <다키스트 아워>로 첫 아카데미상을 탔다.
1991년 <바톤 핑크>부터 2016년 <헤일, 시저!>까지 열두 작품을 협업한 조엘 코엔과 에단 코엔 형제와는 돈독한 관계다. 2008년 로튼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작업할 때 말하지 않아도 뜻이 통하는 관계(“We really don’t have to talk that much.”)'라고 설명했을 정도다. 디킨스는 둘의 장난에 몇 번 당하기도 했다. <배니티 페어>에 따르면, 둘이 모든 스태프에게 디킨스가 이번 촬영에서 입은 복장을 다음 촬영 때 그대로 입고 오라고 지시했는데 디킨스가 일에 열중한 나머지 다음 촬영을 마칠 때까지 장난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일화가 있다.
샘 멘데스와도 관계가 좋다. 2010년대 <스카이폴>과 <1917>이 주목받았지만 의외로 둘은 2005년 <자헤드>부터 같이 작업해 온, 상당히 오래된 관계다. 신뢰도 깊다. 2020년 디킨스는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하면서 멘데스와 오래 일해 온 덕에 신뢰가 쌓였고, 둘이 준비를 철저하게 한 덕에 오히려 본 촬영에서는 서로 영화를 주제로 말한 적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축구를 두고 이야기한 시간이 영화를 이야기했을 때보다 길었다고.
드니 빌뇌브와는 미국 데뷔작 <프리즈너스>부터 협업했고, 협업한 세 작품 모두 아카데미상 촬영상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했을 정도로 뛰어났다. 빌뇌브는 차기작 <듄>에서 디킨스와 협업하지 않지만 계속 교류한다. 2020년 7월에는 디킨스가 아내 제임스(James Ellis Deakins)와 함께 운영하는 팟캐스트 <Team Deakins>에 출연해 지난 작업을 회고하며 ‘디킨스와 작업하면서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많이 배웠다(I’m going to be in a position where I’m going to learn about filmmaking every day)‘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AlterCine에서 로저 디킨스가 한 인터뷰 7개를 분석해 그의 영화 촬영 철학과 팁을 정리했다. 그를 따라가며 그가 만들어낸 강렬한 이미지들을 체험해 보자.
아름다운 쇼트를 만들어내는 게 유일한 목표가 아니다.
Cinematography is not about creating beautiful shots.
새로운 기술을 보여주는 데도 집착하지 않는다.
It’s not about the technology.
하지만 디킨스가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걸 주저한다는 말은 아니다. <1917>을 촬영하면서 ARRI 사의 신형 촬영장비와 렌즈를 이용했고, 직접 조명 시설을 개발해 <자헤드>, <스카이폴>, <1917>,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활용하기도 했다.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에서는 일부 장면을 촬영할 때 렌즈를 변형했는데, 배경인 1800년대가 어떤 느낌인지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이 렌즈를 디키나이저(Deakinizer)라고 한다.
작품에 맞춰 촬영 스타일을 만든다.
Have a style that suits the project.
“저는 저만의 스타일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저는 제가 작업하고 있는 작품에 맞는 스타일을 만들고자 합니다.”
"I don't think I have a style. (...)
I hope I have the style that suits the project that I'm on."
- 2017년 ARRI 인터뷰
카메라를 움직일 때는 이유가 있다.
Have a REASON to move the camera.
관객에게 어떤 느낌을 주고 싶은지 생각한다.
Think about how you want the audience to feel.
디킨스는 본인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Q. 카메라를 직접 들고 촬영하는 게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Why is it important for you to serve as one of your own camera operators?
A. 그냥 줄곧 그래 왔습니다. 업계에 갓 들어왔을 때 다큐멘터리에 많이 참여하면서 직접 카메라를 작동했는데, 제 생각엔 그게 이유인 것 같습니다. 카메라를 만지는 게 정말 좋아요. 프레임을 짜고, 카메라가 어떻게 움직일지 생각하는 것도 즐깁니다. (카메라를 직접 조종하다 보니) 배우와 가까이서 작업하며 관계를 만들어나가기도 하고요.
I just always have. I shot a lot of documentaries early in my career, I suppose that’s why. I love operating. I enjoy framing and the way the camera moves more than anything. It also gives me a close relationship with the actors.
- 2020년 <뉴욕 타임스> 인터뷰
촬영 계획을 최대한 자세하게 짜되 상황에 맞춰 언제든지 바꿀 준비를 한다.
PLAN as much as you can, but be ready to ADAPT.
어디에 카메라를 놓을지, 왜 그곳에 놓아야 하는지 생각한다.
Consider why and where you’re placing the camera.
<1917>을 촬영하면서도 이런 노력이 많이 드러났다. 샘 멘데스는 배우가 움직이는 방향, 카메라가 서 있는 위치, 배우와 카메라 사이 거리까지 고려한 지도 40장 분량의 ‘각본’을 만들었다. 촬영 비하인드 영상에서는 불타는 거리를 촬영하기 위해 미니어처 세트를 제작해 빛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하는 장면이 나온다.
디킨스는 동시에, 촬영장에서 일어나는 예상치 못한 일들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그는 이를 ‘행복한 사고(Happy Accidents)'라고 표현한다. 원래는 콘래드 홀(Conrad Hall, 1926~2003)이 썼던 표현인데, 재미있게도 그는 멘데스가 커리어 초기 <아메리칸 뷰티>와 <로드 투 퍼디션>을 같이 작업했던 촬영감독이었다.
빛을 이용해 관객에게 현실감을 전달한다.
Create a sense of reality with the light.
디킨스는 관객이 프레임 안에서 보는 빛, 프랙티컬 라이트(Practical Light)에 관심이 많고 또 잘 다루기로 유명한 감독이다. 그는 <Team Deakins> ‘Practical Lighting’ 에피소드에서 프랙티컬 라이트를 다루는 여러 팁과 생각을 공유했다.
"프레임에 담길 공간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여기서 빛이 나오면 장면에서 주고자 하는 분위기와 잘 어울릴까? 그 공간에서 인물은 어떻게 배치하고, 배우들은 어떻게 움직일까? 공간을 먼저 생각해야 하고, 관객들에게 어떻게 빛을 보여줄지는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You really want to be feeling, "Does this work for the feel of the scene?" "Can you imagine the actors in this space?" "Can you imagine the blocking?" You think about the space in those terms first. and then the practical thing, you can always figure out later.
"저는 관객들이 장면 안에 나타난 세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빛을 다루는 방법에 관심이 많습니다. <블레이드 러너 2049>를 예로 들어봅시다. 주황빛 하늘에서, 흐르는 물에서 나오는 재미있는 무늬는 현실 세계에서는 없지만 작품 안에서는 실제로 벌어지고 있고 관객들도 그걸 다 안단 말이에요. 저는 조명이 관객에게 진짜처럼 비쳤으면 합니다."
I like the way a scene looks to be justified by a light source. If it’s like “Blade Runner”, it’s just the soft overhead orange sky. Even the caustics in “Blade Runner” coming off the water. Or those funny patterns, I mean they’re vile but it’s real. I like it to feel real in the sense that the light is doing something real.
"어떤 영화는 (빛을 자연스럽게 다루지 못해서) 관객을 영화 속 세계에서 쫓아냅니다. 진짜 같지가 않아요. 왜 거기서 그 조명을 쓰는지 모르겠어요. 가끔씩 예쁜 푸른색 배경 조명이 나오는 장면을 영화에서 보잖아요? 그런데 그 빛은 어디에서 나오는 거죠? 그런 조명을 쓰는 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관객을 자연스럽게 설득할 수 없잖아요."
My pitch is that so often you’re taken out of a film. It doesn’t feel real. I don't know where that light is coming from. I don’t know why is there. You often see a wonderful blue backlight and where’s that coming from? It’s not like it’s wrong, it’s just not justified.
"저는 영화를 촬영할 때는 어떻게든 영화 속 세계에 녹아들어 그 세계를 자연스럽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관객의 눈에 확 띄어 어떤 식으로든 위화감이 들게 하면 안 돼요."
I think all cinematography should just dissolve into the movie somehow. It shouldn’t be something that stands out in any way, you know.
촬영은 관객에게 프레임을 보여주는 일이 아니다.
관객을 프레임보다 훨씬 중요한, 프레임 속 세계로 데려가는 일이다.
“Cinematogtaphy, (...) it’s where you’re putting the audience in some way that’s more important than what actually the frame looks like.”
- 2018년 메인국제영화제(MIFF) 인터뷰
로저 디킨스를 더 자세히 일고 싶으시면 Studiobinder 기사를 참고해 보세요.
서강대학교 중앙영화동아리 서강영화공동체에서 2021년 3월 발간한 문집 <Feelm> 2호에 수록한 글을 재구성했습니다. 구글 플레이 북에서 FEELM을 검색해 보세요.
글/번역/레이아웃 아이디어: 장윤석
레이아웃 제작: 김서하, 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