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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윤석 Jun 24. 2022

작문 연습: 멸망

소셜미디어는 내게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세계 멸망까지 앞으로 10초. 뭐? 외계인이 마침내 뉴욕을 점령했나? 소행성이 태평양에 떨어졌나? 둘 다 아니니 걱정하지 마라. 우리 모두의 지구가 아닌 나만의 세계, 자아가 인스타그램의 맹렬한 공세에 함락될 위기다. 타인과 관계를 맺기 위해 만든 소셜미디어가 오히려 고립을 부추긴다는 오래된 이야기, 나도 당했다! 내게 공감하지 못하겠다고? 축하한다. 당신은 분명 나보다 더 유쾌하고 행복한 삶을 살 것이니.


  그를 내 우군으로 받아들일 때는 몰랐다. 소셜미디어를 무기로 삼으려면 세 가지가 필요했다는 걸. 자신감. 내 삶을 타인에게 기꺼이 보여줄 용기. 타인이 어떤 반응을 보이더라도 꿈쩍하지 않을 준비. 나중에 알았지만 나는 세 가지가 모두 없었다. 계정을 만들지 않으면 남들하고 친해질 수 없을 줄 알아서 따라 만들었는데, 그걸 알았을 땐 이미 주변 사람과 팔로우를 너무 많이 걸어놓은 상태여서 빠져나가기엔 눈치가 보였다. 이런 젠장.


  그래도 한때는 행복했다. 교환학생으로 살았던 몇 달은 꿈같은 시간이었다. 오른손에 여행을 쥐고 왼손에 새 친구를 쥔 나는 두려울 게 없었고, 인스타그램은 열심히 사진으로 대포를 쏘아 대며 나를 지원했다. 레만 호수, 와플 사진, 일주일이 멀다 하고 열리는 파티. 두려울 게 없었다. 넉 달이 지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자 꿈에서 깨어났다. 나를 맞이한 건 취업 준비였다. 그리고 놀라운 보고를 받았다. 인스타그램이 적으로 돌아섰습니다! 무엇이?


  아차차. 나는 호랑이 새끼를 키웠던 걸까? 나보다 먼저 직장에 입사해 괜찮은 돈을 벌어, 다른 사람과 재미있게 파티를 열어 어울려 놀고, 암벽 등반처럼 재미있는 일에 천착하는 삶. 그런 삶이 담긴 스토리를 친구들이 하나씩 올릴 때마다 전선은 ‘왜 나는 지금 이 모양이지?’라는 말과 함께 뒤로 밀렸다. 현실을 견디며, 과거처럼 치기 어린 게시글은 아니더라도, 내 생각에 멋진 사진을 올려 나를 방어할 빨간색 하트 모양 탄약을 모으려 했다. 기대보다 적었다. 멋진 사진이 많이 나오지도 않았다.


  지인과 간간이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버티던 전선은, 골뱅이 하나로 기어이 붕괴했다. 내가 많은 마음을 주었던 사람들이 같이 모였다. 같이 있던 사람들을 태그한 골뱅이 표시 뒤에 내 이름은 없었다. 나는 여기 있는 모든 이름을 아는데, 내게 말도 없이? 물론 실제로는 나를 잊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 마음을 품은 순간 이미 소행성이 대기권을 뚫고 바다에 박혔다. 한 번 의심을 품으면 며칠 동안 사로잡히는 성격으로는 소셜미디어의 무게를 견딜 수 없었다. 파도가 치고, 화산이 폭발하고 대지가 갈라졌다. 우르르 쾅쾅.


  나를 잃어버릴 순 없어. 망상과 의심으로 지친 삶을 살 순 없다고. 혼잣말하던 나는 기꺼이 멸망을 맞아들이기로 결심하고 지시했다. 핵무기 발사 코드를 가져오도록. 비활성화를 마치기 위해 비밀번호를 누르려던 순간, 교환학생 시절 만난 친구들의 모습을 한 병사들이 사령부로 들이닥쳐 나에게 하트를 들이밀었다. 안 돼. 어떻게 연락하게? 너는 잊힐걸! 두려움에 그만 정신을 잃을 뻔했지만, 미안,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그렇게 외치며 번호를 눌렀다.


  계정을 일시적으로 비활성화합니다. 계속하시겠어요? 네. 10. 9. 8. 7. 6. 5. 4. 3. 2. 1. 콰앙- 소리 없는 아우성과 함께 세계는 멸망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 적는 칸만 덩그러니 남은 폐허 위에서 나는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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