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사랑하는 우리의 암묵적 전략
몰랐다.
다른 커플들의 소통을 목격할 때 까지, 우리 부부의 언어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소통을 이야기할 때 늘 언급하는 것이지만, 정답은 없다. 다만 소통의 목적은 여러 중간 지점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행복을 향하는 것일테니 조금 더 안전하게 도달하기 위한 방법은 될 수 있겠다. 그 방법을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우리 자신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1 '해줄게'
해준다는 것은 보통 남을 위해 내가 대신 하는 것 즉,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데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냥 '할게'라고 말한다. 설거지 내가 해줄게, 분리수거 내가 해줄게가 아니라, '모두 내가 할게'인 것이다. 당번 마냥 분담제를 적용하거나, 집안일의 비중을 저울질하지 않는 것이 이러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기는 하다.
2 '해줘서 고맙다'
반면, 상대가 '한 일'에 대해서는 '해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자고 약속한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밖에서도, 고마움을 잘 표현하는 우리의 결이 맞기 때문에 가능하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말할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이런 의미가 있다. 원래 해야할 일을 한 것이건, 그렇지 않은 도움이건, 결과적으로는 그 일이 되도록 했기 때문에 어쨋건 고마움에는 변함이 없는 것.
3 명령 어미 대신 요청, 부탁형
'쓰레기 버리고 와'가 아닌, '쓰레기 버려줄 수 있어?' 라던가, '강아지 산책 좀 시켜줘' 처럼 항상 요청형이다. 우리가 명령하는 것은 정해져 있다. 맥주 탄산 빠지기 전에 빨리와, 소고기 질겨지기 전에 빨리 앉아, 피자 치즈 굳기전에 빨리와. 요청형은 거절의 가능성을 가지지만, 우리는 안다. 명령하건, 요청하건 상대가 그 일을 할 것이라는 것을. 그렇다면 기분 좋게 하는 것이 낫다.
4 가까운 곳에서, 발음을 정리하여.
이건 훈련이 좀 필요하다. 둘의 거리가 일반적인 대화 음량이 닿기에는 멀거나, 주변에 소음이 있을 때에는 자연스럽게 음량을 높이게 된다. 이 때 톤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이렇게 했는데 상대가 듣지 못해 다시 말할 때에는 음량과 톤이 한번 더 높아진다. 이제 우리는 '잠깐만'이라고 외치고, 상대에게로 다가간다.
5 기억을 더듬는 일
여기 같이 가지 않았어? 이 영화 보지 않았어?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가족은 책임을 추궁하는 관계가 아니다. 상대의 왜곡된 기억을 바로 잡는 과정에서 은근히 갈등이 발생한다. 별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 역시 그랬고). 그냥 그랬나보다, 하고 넘어가면 된다. '내 기억이 맞잖아'를 말할 수 있음으로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이 무엇인가.
꼭 부부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봉합되지 않는 갈등의 시작점 중에는 은근히 사소한 것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되뇌이자.
'그럼 좀 어때, 사랑하는 사람 뜻대로 하는 것, 그게 내가 원하던 것 아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