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는 어딨어?

그녀의 삶은 주인이 없거나, 너무 많거나.

by Yunus 유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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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저녁을 먹고 서울숲을 거닐며 이야기를 나눈다. 관심도 없는 엄마 친구 얘기, 엄마 친구 아들 얘기, 유튜브와 드라마 이야기. 그 어떤 이야기에도 엄마는 등장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엄마, 엄마 얘기도 좀 해줘"

"엄마? 엄마는 뭐 없어"

그리고는 담담하게 아무 이야기를 이어간다.

엄마의 무대에는 주인공으로서의 엄마가 없다. 아니 어쩌면 엄마는, 엄마의 인생에는 스스로가 주인공일리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주인공의 개념 조차 모를 수도 있다.

전철역에서 헤어지는 인사를 나누고 반대 방향으로 각자 걷다가 휙 뒤돌아 엄마를 본다. 엄마는 진작부터 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내가 열걸음 걸을 동안 엄마는 한두걸음 움직였다. 그리고 다시 손을 흔들자 조금 웃다가 천천히 돌아 계단을 오른다. 그러다가 다시 나를 본다. 벽 뒤에서 빼꼼.

나는 오늘 엄마의 무대 중앙에서 엄마를 만나 떠들다가, 나의 무대 중앙으로 옮겨왔는데, 이상하게도, 엄마의 무대 중앙에는 여전히 내가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엄마는 누구도 밀어낸 적 없는데, 점점 끝머리로 밀려나, 주연인 아들을 본다. 나는 엄마 삶의 주인공이다. 동시에 내 삶의 주인공이다.

나 지금 엄마 무대의 중앙을 보고 있는데 말야. 없어, 엄마가. 코너에도 딱히 안보이는데, 엄마, 어딨어.

엄마 삶에 엄마는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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