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싫다고 말해라
신이 있다면, 모든 것이 문제없이 잘 돌아가야 하지 않아? 왜 이 지경이 되도록 내버려 두는 거야?
나도 그 이유가 궁금했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는데, 악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에 왜 티나게 꺼내어 주지 않을까. 욕심, 분노, 미움, 스트레스, 부상이나 사망을 막지 않는 걸까. 아담과 하와를 기껏 만들어놓고, 동산 밖으로 쫓아냈을까. 근본적으로, 사탄은 왜 만들어서 갈등의 순간을 만들까. 신이라는 존재는 모순 덩어리 아닌가.
이 질문은 주로 기독교인을 공격하는 사람들이 던진다. 정말 이유가 궁금하다기보다는 '어때, 할 말 없지? 신은 완벽해야 해. 네가 믿는 그 존재는 완벽하지 않아. 무효야'라는 총알로 상대가 가진 신앙의 의미를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다. 최근 아주 가까운 누군가로부터 같은 질문을 받았다. 삼촌과 매형이 현역 목사님이고, 장모님은 장로님이며, 가족 대부분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굳이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의 종교 활동이 그의 생활에 악영향을 준 것도 아닌데, 너와 나의 분열을 원했던 걸까. 심지어 나는 껍데기만 기독교인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 질문에 대해 고민하던 중 다른 관점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져본다.
당신이 무단횡단을 한다면, 그건 신의 의지인가
사람들의 악행에 신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면, 선행은 어떤가. 당신이 오늘 실천한 선은 당신의 의지인가, 아니면 신의 의지인가? 혹시, 선은 나의 덕이고 악은 신의 의도라고 억지를 부리는 건 아닌가? 아니면, 선과 악을 택할 수 있는 의지를 부여받은 것은 아닌지?
신이 항상 선해야 한다는 정의는 어디 있는가. 또는 선의 정의는 누가 내리는가.
위 질문이 답이 되지 않았다면, 좀 더 극단적인 질문을 해본다. 신은 악해선 안되는가? 항상 선한 일만 일으켜야 하는가? 이 질문에 누가 대답할 수 있는가. 법전이나, 종교적으로 신은 선한 것만 행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가? 물론 출애굽기 33:19절에 '하나님은 선하시다'라는 표현이 등장하지만, 절대적이진 않다. 하나님은 구약에서 방주에 탄 노아 가족과 한 쌍씩의 동물들을 제외한 나머지 생명체를 버렸고, 예수님은 성전에서 장사하는 자들에게 채찍을 휘둘렀다. 사망에 이르게도 하고, 쓸어버리겠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신이 항상 선하다는 전제 자체가 옳지 않다. 이에 앞서, 하나님이 생각하는 '선'과 인간이 생각하는 '선'이 같다는 가정은 누구 맘대로 할 수 있는가.
다시 첫 질문(신이 있다면...)으로 돌아가자.
사람들이 왜 이런 질문을 던지는지 안다. 정말 궁금하면 종교 서적을 읽으며 탐구하고 답을 발견할 것이다. 이 질문의 근원적 이유는 이렇게 추측한다. 특정 종교가 맘에 들지 않는데 무작정 공격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본인의 논리를 내세우자니 고민하기는 귀찮다. 그래서 상대의 논리에 있는 약점을 찾아내어 조목조목 쳐부순다. 그리고 그 공격 논리가 매우 탄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바보라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사상의 기반을 이루는 것이 공격을 당하면서 받는 상처의 쓰라림을 알고 있는데, 굳이 당신도 그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이 싫어서이다. 예의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당신과의 관계가 파괴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공격이 지속되면, 극단의 순간은 오고야 말 것이다. 이 세상 누구도 공격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고, 인내심에는 한계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입조심, 생각 조심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