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vs 모르고리즘

피드 전쟁에 내 마음만 상처 투성이

by Yunus 유누스
Communication Arts May_June 2020 Illustration Annual _ 61 Antonio Sortino, illustrator Alice Lagarde_Angèle Noel, art directors Les Echos Week-end, client “For a Les Echos Week-end article about the loss of attenti.jpg

40대가 되기 전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7가지라는 제목이 힙한 음악과 함께 등장한다. 제목도 강성이지만 마치 이것들을 지키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지고 인생이 고꾸라질 것 같은 뉘앙스다. 영상에는 그 7가지로 인해 성공한 듯한 그와 그녀의 가족의 호화로운 여행 장면들이 지나간다. 수만 개의 좋아요 와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려있다. 내 지인이 세명이나 좋아요를 눌렀다. 경각심은 경각심대로 묻어두고 피드 몇 개를 내리다 보니, 이번에는 실수령액 기준 연봉 1억 이상 받는 30대 직장인의 공통점 5개가 나온다.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나와 반대로 생각하고 실행한다. 예전 회사 동료 2명이 같은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


우울감과 박탈감에 살짝 젖을 때쯤, 우울함을 극복하는 것은 근력 운동이라는 게시물이 보인다. 운동선수 전문 트레이너 A는 유산소 후 근력 운동을 하라고 한다. 재활의학과 전문의 B는 근력 운동 후 유산소를 하라고 한다. 둘 다 명망 있는 전문가들인데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니 헷갈리는 와중에 식품 영양전문가는 식단까지 챙길 것 아니면 운동은 아무 소용이 없단다.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극단 아니면 과장이다.


재테크, 갓생, 운동, 성공, 부동산, 자기 계발, 수면습관. 한 시간 동안 비슷한 콘텐츠들이 세뇌한 듯 등장한다. 하지만 정작 내 삶은 변화가 없다. 늦게 자고 겨우 일어나 아침을 거르고 출근한다. 빈속에 커피를 기계처럼 홀짝거리며 척추 망가지기 딱 좋은 자세로 앉아 두서없이 일을 본다. 자극적인 점심을 먹고 대충 시간을 보내다가 6시가 되어 퇴근을 한다. 너무 피곤해서 PT 선생님에게 전화를 한다. 오늘 야근이라 못 가요. 집에 도착하기 10분 전 주문한 마라탕을 픽업하고 1+1 행사를 하는 제로 슈거 콜라 두 통을 사고 통신사 포인트로 할인을 받는다. 합리적 소비에 성공했다. 식탁에 핸드폰 거치대를 걸어 두고 퇴근길에 보다만 예능을 다시 재생한다. 배부르지만 피곤한 관계로 산책도 소화도 포기하고 눕는다. 인스타그램 앱을 연다.


일면식도 없는 어떤 개발자 집단의 프로그램은 알고리즘으로 나를 잘도 알아가는데, 나는 나를 점점 모르겠다. 모르고리즘이다.


동기부여 피드들을 보며, 그래 내일은 진짜다, 잔뜩 주저앉은 자존감을 끌어올리며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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