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도 No도 자신있게 답하기 어렵다.
나의 이 오래된 고민은 이렇게 시작했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가수가 있다. 작곡과 노래 등 음악 실력은 물론이고 인생 철학도 훌륭하다. 진정한 예술인이자,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팬심은 싶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간의 행적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이슈가 확인된다. 예를 들어, 약물, 음주운전 사고나 폭행 사건처럼 법을 어기거나, 사회 통념에 벗어나는 발언이나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물의를 빚는 경우이다.
고민이 시작된다. 내 심장을 후벼파던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사 한 무더기를 드럼통에 넣고 불 태울 것인가, 아니면 같은 사고를 반복해도 작품의 퀄리티가 저하되지 않는다는 선에서는 노래를 들으며 그의 생계 유지를 경제적으로건 심리적으로건 간접적으로 지지할 것인가.
이 질문에서 사고의 발생 시점, 횟수(심각성), 주체의 관점으로 따지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1. 발생 시점의 관점
잘나가는 연예인이 마약으로 물의를 일으켰다가, 반년간 자숙했다가 국민의 용서(?)를 받고 컴백했다. 작품에 전념하며 흥행에 성공한다. 이제 시제를 뒤집어 보자. 마약 전과가 있는 아마추어 배우가 영화계에 데뷔했다. 기사가 난다. 이 배우는 사실 마약 전과가 있었다고. 여론은 어떻게 형성될까. 예술가의 자격이 없다며 데뷔를 무마할까? 첫 작품을 보고 판단하자고 할까.
2. 횟수(심각성)의 관점
잘나가는 연예인이 마약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한번, 두번, 세번. 우리는 몇 번까지 봐줄 수 있을까. 마약이 아니라 음주운전으로 보행자에게 중상을 입혔다면 어느 정도 부상까지 용인할 수 있을까. 전 이성 친구에게 폭언을 쏟아부은 녹취록이 공개되었다. 법을 어긴 것은 아니고 비윤리적인데,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다. 이건 또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3. 주체의 관점
이번에는 물의의 주체가 사람이 아니라 기업이나 국가라면 어떨까.
중견기업 및 대기업의 경영진이 임직원 또는 소비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범법 행위를 했다. 법원의 처벌을 받는다. 그럼 이제 처벌을 받았으니 끝난 것일까? 아니면 그런 악덕기업은 수익을 올리면 안되니 보이콧 당하다가 없어져야 할까? 그 기업에 있는 무고한 직원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일본은 어떨까. 과거 우리나라를 식민지배하며 문화를 파괴하고 여성을 성노예 삼았다. 아직도 이에 대해 사과가 없다. 이와 별개로 독도라는 섬을 툭툭 건드리며 자기네 땅이라고 시비를 건다. 이 과거와 별도로 양국이 화합하면 얻을 수 있는 이익도 분명 존재한다. 그럼 우리는 일본의 사과 여부는 분리한 채, 경제발전을 위해서 손을 잡아도 되는걸까. 일본은 어떤 사과를 해야 그것이 옳은 사과라고 대다수의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는 사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이 생각은 일본이 세계 최강이고 그들이 하는 모든 것은 옳다라는 생각만큼 나쁜 생각이겠지?
마약은 5점, 음주운전은 10점, 폭행은 15점. 누군가의 잘못을, 누구다 납득할 수 있는 근거로 점수화할 수 있다면 참 편할 텐데.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내 마음의 결론은 간단했다. 한 번의 실수로 끝내는 것이다. 경중을 따질 필요가 없이.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못하다. 그 사람은 밉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마음을 울리고, 그의 연기와 영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내가 이 고민을 하게 된 근원은 사실, 그들의 실수나 사고가 사회적으로 일으킨 물의의 파장이 너무 커서가 아닐 것이다. 형평성의 문제였을 것이다.
어떤 버스기사는 17년 간 매출액 송금에 실수가 없다가 어느 날 2600원을 덜 입금한 것이 문제가 되어 해고를 당한다. 그리고 법원은 "횡령액수가 소액이라도 사회통념상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라며 해고한 버스회사의 손을 들어준다. 그의 생계는 끊겼다. 어떤 회장님은, 어떤 국회의원은, 어떤 연예인은 약물을 해도, 성매매를 해도, 음주운전을 해도 여론의 비호를 받으며 쉽게 재개한다.
물론 형평성이라는 문제가 해결되어도, 다음으로 넘어야 할 산은 가치이다. 그를 과거에 묶어두어 향후 발휘할 미래의 가치를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미래의 가치가 기대되므로 오늘 그가 훼손한 사회는 덮을 것인가.
Yes도 No도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