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에 걸려야 글이 잘 써지던데.
최근 쓴 아니 싸지른 글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하나는 주제 선정이고, 하나는 겉멋 든 문장이다.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자주 업로드하고 싶다는 강박이 작동해서 깊이 고민해보지 않은 주제를 집어 들었고, 이 얄팍한 꼼수를 숨기기 위해 그럴듯한 장식을 첨가했다. 결론적으로는 소음이나 먼지 같은 글이 되어버렸다. 썼다기보다는 싸질러 버렸다. 또는 쏟았다.
네이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서 불량식품 같은 글을 쓰다가 브런치로 오니 미슐랭급 요리를 만들어야겠다는 건강한 혹은 이상한 욕심이 생긴다. (모순적 이게도 군더더기 없기로 유명한 김훈 작가의 글, 그중에서도 칼의 노래의 문장들을 참 좋아한다.) 발행 버튼을 누를 때까지만 해도 괜찮다고 느꼈는데, 다음 날이 되면, 세 번 더 읽으면, 라이킷을 누른 다른 작가들의 좋은 글들을 읽으면 오크통에서 급하게 꺼낸 위스키 마냥 바디감이 떨어진다.
브런치 작가들은 브런치 플랫폼이 주는 글의 무게감이 여타 플랫폼과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 것이다. 작가 심사 과정이 있고 (나는 네 번만에 승인이 났다), 네이버블로그의 '제가 직접 다녀와봤어요 뿌엥~ (병아리 이모티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제대로 된 형태를 갖춘 글들이 월등히 많다. 티스토리는 비문학적이거나 상업적인 냄새가 나는 계정들이 많아서 정이 가지 않는다. 일부 브런치 작가들은 취미로 쓰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맛있고 건강한 문장들을 끊임없이 창조한다. 간혹 나처럼 감동을 극대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2병 문학 소년 재질의 작가들도 많다. (작가 소개를 보면 티가 난다)
반면, 회상해 보면, 글에 울림이 있다는 칭찬을 많이 받던 시절은 20대 시절, 중2병 또는 문학소년 감성이 충만할 때였다. 그때는 별 노력하지 않았다. 일상이 우울하다 보니 타이핑을 치기 시작하는 밤이 되면 하루 종일 짓눌렸던, 짓눌렀던 문장들이 줄줄 흘러나왔다. 되려, 거두어들이느라 바빴다. 물론 주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행복하긴 하지만, 글을 쓰는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다. 소중하지만 파편화된 기억들을 나중에 떠올리기 쉽게 정연하게 기록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고, 이 과정을 통해 상처받은 과거를 치유하기 위함이다. 이 두 가지의 목적을 향하다 보면 악문장들이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다.
제목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떤 작가들은 내가 고민하는 억지로 쓰기, 겉멋 부리기 단계를 지나가기도 했을 테고, 유사한 단계에 있기도 할 것이다. 이 과도기가 나쁘다는 것은 아닌데, 나는 이미 과거에 이 단계를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머물러 있음을 인지할 때마다 아쉬움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 거칠게 매혹적인 과정을 잘 지나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