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의 은퇴에 대한 생각

by Yunus 유누스

배우 조진웅의 결정에 대한 나의 첫 판단은 '연기력 좋은 배우가 사라진 것은 안타깝다. 하지만 그의 결정은 옳았다'이다.

나는 한 때, 피해자의 상처나 용서에 대한 결론이 매듭지어 지지 않은 가해를 입힌 사람 또는 피해자가 없더라도 법적 과오를 저지른 사람이 언젠가는 성공하여 조명받는 것에 대해 비관적이었다. 특히, 그 성공의 크기가 큰 경우에는 더더욱 관용을 베풀 수 없었다. 피해자는 여전히 아프고, 묵묵히 준법 정신을 고수하느라 그저 그런 삶을 사는 또는, 피해를 보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연예인이 음주 후 운전 또는 폭행 사건을 일으킨 후 피해자는 정상 생활이 불가능 한 상태에서 일정 기간이 지나고 스크린에 나타나 깔깔거리는 장면에서 나의 관용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유사한 범법 및 가해 이력의 정치인이 정의를 외치며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며 반감이 커졌다. 이러한 현상이 되풀이되고 가해자와 범법자들의 복귀가 수월해지며 반감은 분노가 되었다.


그러다가 아래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의 글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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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숙한 시절의 실수이며, 대가를 치렀고 이후 노력해서 성숙한 인간이 되었으며, 사회 정의보다는 언론 놀음의 희생양일 뿐이며, 우리 역시 밝혀지지 않은 비행, 범법, 비윤리 행위를 하지만 그것이 이후 모든 행보의 발목을 잡는 고정핀처럼 되지는 않아야 한다는 논리이다. 조목조목 동의하거나 반대하기에는 너무 많은 가치 판단이 반영되는 내용이다. 전반적인 흐름은 이해도 되고 공감도 되는 편이다. 그런데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가 국위선양이라 할만 한 성과를 내고 표창을 받는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또는, 나 자신 또는 매우 가까운 관계의 사람이 피해자였다면 어땠을까. 피해자 한명이 트라우마로 인해 얻는 피해와 가해자 한명의 성공이 가져온 성과를 비교하여 이득이 되는쪽으로 동의하면 될까?


소년원의 궁극적 목적이 미성숙한 인간을 처벌하기 보다는 바른길로 인도하여 더 나은 미래로 갈 수 있게함이라면, 성인들이 가는 교도소는 어떤가. 아래는 대한민국 교정본부 공식 홈페이지의 교정본부 소개페이지의 첫 문장이다.


"교정본부는 수형자에게 교육, 교화활동 및 직업훈련 등을 실시하여 출소 후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정착 할 수 있도록 각종 사회복귀 프로그램 정책을 수립하고, 일선 교정시설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지원과 관리·감독을 하는 곳입니다."


역시, 수감자가 죗값을 치룸과 동시에 출소 후 성공적인 사회 정착을 도모하는 것인데, 조진웅 정도의 성공은 안되는 걸까? 아니면 개인이 만족을 느끼는 정도의 성공은 가능하지만 대중의 관점에서 '저 녀석이 저런 성공을 하다니'까지는 안되는걸까. 난제다.


조진웅의 경우 한가지 출구가 있다면, 당시 피해자가 이 사건은 가해자와 해결했으며 용서했고 그의 활동과 성공이 피해자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누구도 강요할 수 없고, 그 결론이 어땠는지 현재는 누구도 알 수가 없네.


아래는 또 다른 의견이다. 조진웅의 결정에 대한 찬반은 아니지만, 내 머리를 강타하는 시사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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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불의에 대한 분노 에너지를 정녕 제대로 소진하고 있는가를 묻고 있다. 나는 위 글을 꼼꼼히 읽었지만 이번 정부에서 검찰 개혁을 하면 나아지는거 아닌가라고 성의없이 생각한 후 여전히 조진웅, 박나래, 조세호, 이이경 관련 기사를 검색하고 있다. 이게 나의 수준이고 국민의 수준이다.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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