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산귀촌

우리의 귀촌은 진행 중.

귀촌을 결정한 능력은 귀촌 후에는 더 강해져야 한다.

by Yunus 유누스

1, 2, 3월은 전년도에 구매한 겨울옷들로 거뜬했고, 귀촌한 4월 이후에는 소득 감소, 사람 만나는 일이 줄어들 것을 고려하여 의도적으로 옷을 사지 않았다. 이런 옷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오랫동안 입지않은 옷들이 많았다. 필요 이상의 수량이 있었던 것이다.


나와 아내는 대부분 미니멀했다. 귀촌 전에도 지인들은 우리의 간소한 살림에 놀라곤 했다. 나는 밖으로 꺼내두지 않는다는 인테리어 철학이 있다. 그러려면 수납 공간이 많아야 하는데, 집은 언제나 좁았으므로 물건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 과정에서 의류는 옷에 욕심도 관심도 없는 내게도 정리가 가장 어려운 카테고리였다. 언젠가 이 옷을 입을 상황을 기가 막히게 상상을 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험 데이터에 따라 기준을 만들었는데, 1년 이상 입지 않은 옷은 앞으로도 입지 않을 것이므로 단호하게 처분하자는 것이었고 잘 먹혔다. 실제로 버려진 옷이 그리워 후회한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꾸준히 내 취향을 만족시킬 옷도, 필수도 아니었던 옷이었던 것이다.


귀촌하면 필수와 선택적 구매의 구분의 확실해진다. 수입이 줄면 이 구분의 과정은 더 쉬워진다. 마트가 멀어져서 긴급한 것이 아니면 구매를 미루거나 필요성을 재고하게 된다.


외부인 접촉이 많았던 도시에서의 직장 생활과 대비하여, 귀촌 후에는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급격하게 증가하므로 누군가가 나를 쳐다볼 일이 줄어든다. 따라서 나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보다는 집에 꼭 필요한 기능성 제품들에 투자한다. 우리 가족의 눈을 즐겁게 할 디자인과 아기에게도 문제없는 안전성이라면 바로 이 때가 돈을 쓰는 때다.


꼭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는 능력은 귀촌을 결정하는 과정에 적극 사용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귀촌 후에도 이 능력은 계속 강해진다.


우리의 귀촌은 아직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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