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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캔두잇 Apr 01. 2020

인맥에 관한 3가지 편견을 바로잡다

치명적 부서 간 순환 적체, 승진과 브로커, 호모필리의 심각성 

난 반복되는 일상에 삶이 지루해질 때 신박사 TV를 보는 편이다. 신박사 TV는 체인지 그라운드 의장 신영준의 유튜브 채널이다. 신영준 박사는 자신이 솔선수범하여 자기 계발 경험을 들려주고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기업가이자 유튜버이다. 최근 신영준 박사는 '성공의 공식을 복습하다'라는 영상에서 이렇게 말한다.

성공의 공식을 복습하다(https://youtu.be/VfdGPYCUrPI)


"성공은 성과와 네트워크가 전부다. 성공하기 위해선 성과가 선행되어야 한다. 성과 없는 네트워크는 독이 될 수 있다. 세상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복잡하다. 네트워크는 내가 원하는 것만 있지 않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네트워크에 연결되고 싶다면 싫은 것도 참아낼 줄 알아야 한다.'"


신영준 박사는 성공하기 위해선 성과가 선행되고, 다음 네트워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상을 다 보고 떠오른 생각은 다음과 같다.


성과란 무엇인가? 네트워크는 어떻게 작동되는가?


신영준 박사의 말을 빌리면, 성과란 실력을 말한다. 그럼 실력이란 무엇인가? 실력의 정의에 관해 『열정의 배신』의 저자 칼 뉴포트의 말을 빌리자면, 실력이란 일의 대한 결과를 말한다. 다만 실력은 자신의 직종에 따라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유튜버에게 실력이란 대중에게 도움을 주고 공감을 얻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다. 공무원에게 실력이란 공익을 목적으로 정부가 제시한 시책을 집행하여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정책 목표는 공익 증진이다.)


다음으로, 네트워크란 사람 간의 관계망을 말한다. 네트워크는 '인맥'으로도 바꿔 쓸 수 있다. 그렇다면 인맥은 어떻게 원리로 작동되는 걸까? 이 물음에 대해선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체인지 그라운드에서 추천한 책 데이비드 버커스의『친구의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책 『친구의 친구』는 공무원 사회의 네트워크를 객관적 시각에서 볼 수 있게 도와주고 3가지 측면에서 나의 선입견을 바로잡아 주었다.



공무원 시스템의 축 : 안정된 신분 보장

공무원 사회는 '안정된 신분 보장' 시스템을 기초로 한다. 신분의 안정성이란 60세 정년이 보장되는 것을 말한다. '안정된 신분 보장' 시스템은 조직 네트워크에 악영향을 주었다. 바로 '인사 적체'이다. 공무원 사회에서 인사 적체는 2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한 부서에 장기간 근무하는 형태의 관행에 의해 형성된 '순환 인사 적체'이다. 둘째는 '승진 적체'이다.



편견 1 : 부서 간 순환 적체, 상상 이상으로 치명적이다.

공무원 조직 내 순환 인사 적체는 교통 정체와 비슷하다

경찰공무원으로서, 4년 동안 조직에 있으면서 느낀 점은 지구대와 경찰서 간 순환 인사 적체가 심하다는 것이다. 내가 속해있는 경찰서 전보 기준은 원칙적으로 지구대 전보 2년, 경찰서 전보는 5년이다. 예컨대,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경찰서로 이동하려면 원칙적으로 2년 간 지구대에 근무해야 한다. 반면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지구대 근무를 원치 않는 한 5년 간 현 부서에서 근무할 수 있다. 5년 또한 임의로 조정이 가능하다. 만약 경찰서 내 A부서에 근무 중 다른 부서 B로 이동하게 되면 다시 5년으로 리셋된다.


이와 같은 '지구대와 경찰서 간의 순환 인사 적체'는 크게 2가지 문제를 초래한다.

첫째, 조직원의 매너리즘을 심화시켰다. 인사 순환 적체는 구조적으로 지역경찰에게 지구대 근무만, 경찰서 직원들은 해당 부서 근무만 익숙하게 만든다. 이것은 조직 전체로 볼 때, 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를 취함으로써 신선미와 독창성을 잃게 한다.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조직의 성장을 방해한다.

둘째, 선긋기 행태가 강화된다. 지역경찰은 폭넓은 업무로 인해 변하는 법령과 매뉴얼에 적응하는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실제 상황과 매뉴얼 간의 괴리, 계속해서 변화하는 업무를 미처 숙지하지 못한 인지적 한계 등 있다. 반면 경찰서 직원들은 특정 업무를 전문적으로 취급한다. 따라서 담당 업무의 빠른 변화에 익숙하다. 만약 업무 도중 책임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업무 매뉴얼을 검토하고 매뉴얼대로 하지 않은 경우 내용을 숙지하지 못한 지역경찰에게 책임을 묻는다. 이렇듯, 선긋기 행태에서 비롯된 책임전가는 조직원들 간의 차별을 심화시킨다.


『친구의 친구』의 저자는 이러한 순환 인사 적체가 조직의 성장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언급한다. 그는 말한다.

클러스터와 협업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최고의 팀들은 오랫동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함께 일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연구 결과 최고의 팀들이 성공하는 이유가 단지 그들이 임시로 모였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임시로 구성된 팀과 느슨한 네트워크를 가지는 것이 아주 가까운 멤버로 구성된 팀과 거대한 네트워크를 가지는 것보다 유용하다.



이것을 공무원 사회의 맥락으로 재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지구대·경찰서 간의 활발한 순환 인사를 통해 형성된 '느슨한 네트워크 시스템'은 현 시스템보다 조직 성과에 유용하다.


활발한 순환 인사 시스템은 구조적으로 2가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첫째, 새로운 업무를 자주 접하게 함으로써 경찰관들의 업무 매너리즘의 위험을 줄여준다. 

둘째, 다른 부서에서의 경험을 현 부서에 적용, 구조적 빈틈을 채워 부서 간 차별을 완화시켜 준다.



편견 2 : 오로지 '승진'을 목표로 하면 독이 될 수 있다.

공무원 사회는 보통 승진만을 목표로 한다

공무원 사회는 기본적으로 관료제 조직이다. 대다수의 관료제 조직 구성원들의 목표는 '승진'이다. 공무원 사회에서 '승진'은 사기업의 승진에 비해 희소가치가 높다. 왜냐하면 승진을 통해 얻는 직급은 징계를 받지 않는 이상 정년까지 유효하기 때문이다. 법적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사기업보다 유효기간이 훨씬 길다. 신분이 안정된 공무원 사회에서 '승진'이 중요하다고 알고 있는 나에게, 책 『친구의 친구』의 저자는 승진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말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친구의 친구 저자는 부서 업무 간 구조적 빈틈을 채울 수 있는 '브로커'에 주목한다. 저자는 말한다.

버트의 연구는 실제로 구조적 빈틈을 메우는 사람들, 즉 '브로커'는 정보의 흐름을 장악하게 되어 종국에는 인적 클러스터 내부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힘을 갖게 된다는 결과를 도출하였다. 버트의 연구 결과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사람들은 대개 촘촘하게 짜인 커뮤니티나 클러스터의 내부에만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인적 클러스터들 사이에는 빈틈이 생긴다. 구조적 빈틈을 메우는 사람들은 자신의 인맥을 통해 다양하고 가끔은 상반된 정보 및 그에 대한 해석을 접한다. 그리고 이는 좋은 아이디어를 구별할 수 있는 경쟁우위를 제공해준다."


그리고 '브로커로서의 커리어를 어떻게 구축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책에서는 아래의 답을 제시한다.

승진 사다리를 타는 것은 결과적으로 새로운 지인들이 점점 더 중복됨으로써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될 수도 있다. 여러 부서를 옮겨 다니며 여러 직책을 맡아 여러 그룹을 연결할 수 있는 사람(브로커)가 더 큰 성공을 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저자는 '여러 부서를 옮겨 다니며 여러 직책을 맡아 여러 그룹을 연구할 수 있는 브로커가 부서 간 구조적 빈틈을 채울 수 있는 열쇠다. 네트워크가 좁아지는 승진 사다리가 아닌 다양한 직책을 맡으면서 생긴 빈틈을 연결할 수 있는 '브로커'가 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다.' 라고 주장한다.


공무원 사회에 속해 있는 나에게 있어 저자의 주장은 '반'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기관·공공기관의 조직 구조는 저자가 타깃으로 하는 '사기업'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다른 점은 3가지다.


첫째, 구조적으로 부서를 옮겨 다양한 직책을 맡기 어렵다. 보로커으로서 활동하기 위해 여러 직책을 맡아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공무원 조직 특성은 '직렬별 채용'을 원칙으로 한다. 세무, 사회복지, 경찰, 일반행정 등 직렬별로 따로 인원을 채용하고 해당 직렬의 일만 한다. 예컨대 세무 직렬은 세금 관련 일을 정년까지 하는 것이다. 공익을 추구하는 조직 특성상 부서 간 이동이 유연하지 못한 점이 '브로커'로서 활동하기를 방해하는 것이다.


둘째, 조직의 주 업무가 '개발·기획'이 아닌 '현 시스템의 관리'이다. 사기업의 경우, 이윤을 목적으로 한다. 이익을 내기 위해선 새로운 것을 개발·기획하고 무언가를 연결할 수 있는 창의성이 필요하다. 반면 공직의 경우, 공익을 목적으로 한다. 공익 증진은 현 시스템을 유지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민원을 해결하는 업무가 주이다. 창의성을 발휘하여 이윤을 창출하는 사기업은 '브로커'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시스템의 유지·관리를 주 업무로 하는 국가기관·공공기관에서는 '브로커'가 있어도 '관리자'와 별 차이가 없다.


셋째, 브로커로서 활동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공무원 조직은 기본적으로 '계급 또는 직급'제이다. 어느 정도의 계급 또는 직급이 있어야 일정 직급에 도달해야 여러 직책을 맡을 수 있다. 또한 의사결정 권한을 얻을 수 있다. 보통 7급(경위) 또는 6급(경감) 정도 되어야 한다. 하지만 긴 시간이 소요된다. 예컨대, 근속승진을 기준으로 순경으로 채용된 A경찰관은 27년을 근무해야 경위 계급에 도달할 수 있다. 28~32세에 순경 입직을 가정해보면, 최소 55살에 비로소 브로커로서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의 맥락과 저자가 강조하는 '브로커' 역할의 중요성을 종합하여 나만의 절충안을 내놓는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9급 기준) 일정 계급(7급 ~ 6급)까지 승진한 후 다양한 직책을 맡아 활동한다면 부서 간 구조적 빈틈을 메꾸는 '브로커'로서 누구보다 성공할 수 있다.



편견 3 :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과의 인맥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신이 만나고 있는 사람들은 생각 또한 비슷할 수 있다

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밖에 나가 활동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내향적인 나의 성향은 내부 활동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선호하는 쪽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가령, 자전거 동호회보다 '독서모임', 조기축구회보다 '보드게임 동호회'에 주로 참가하는 식이다.


책 『친구의 친구』에서는 개인적 선호도가 인적 네트워크에 영향을 주어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는 현상을 '호모필리'라고 한다. 책에서는 호모필리 현상에 빠져 깊게 빠져들어 '나선형 하향 국면'단계로 나가게 될 수 있다고 언급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당신이 누구를 아는가'는 이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영향을 끼치고, 이는 다시 '당신의 친구의 친구 중 누구를 만나게 될 것인가'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것이 좋든 나쁘든 간에 말이다. 호모필리 현상에 의해, 우리는 마음의 평안을 얻지만, 수많은 변수 속에서 의사 결정을 하는 데에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대안적 시각을 얻을 필요가 있다.


책에서는 호모필리 현상에 의해 발생되는 획일적 시각에 사로 잡힐 수 있음을 지적한다. 획일적 시각은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효율적이고 편리하지만, 거기서 끝이다. 성장에 도움이 되는 선순환적 피드백을 얻을 수 없다.


제대로 된 피드백을 얻지 못한다는 의미는 다른 시각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어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뜻으로 통한다. 책을 읽으며 호모필리 현상의 강력한 끌림과 부작용을 알게 되었고 이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친구』의 저자는 호모필리의 끌림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선 먼저, 현재 인맥을 다양한 기준에서 단계별 카테고라이징(Categorizing) 방법을 제안한다. 

1. 당신이 가장 빈번히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들을 찾아보라.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활용해서 20~25명의 명단을 만들어라.

2. 당신의 이름을 맨 위에 쓰고 첫 번째 열에 그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 넣어라

3. 당신의 이름 옆으로 칸을 몇 개 더 만들고, 각 칸에 당신이 살펴보고 싶은 카테고리를 정해 써넣어라. 예컨대, 산업, 부서, 인종, 종교, 정치이념 등.

4. 첫 번째 열에 있는 각 개인이 이 카테고리의 어디에 적합한지 나열하라.


다음, 호모필리의 끌림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새로운 인맥을 만나고자 하는 목적으로 네트워킹 이벤트에 참가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대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 공유 활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공유 활동은 기존의 사회에서 형성된 대본을 버리도록 도와주고 솔직하게 유대관계를 맺는데 집중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특히 공유 활동의 3가지 요소 '열정, 상호 의존, 위험을 무릅씀'을 포함하고 있는 활동을 해볼 것을 추천한다. (나 또한 공유 활동을 통해 인맥을 만들 예정이다!)




책 『친구의 친구』는 신영준 박사가 말한 '네트워크'를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다. 또 네트워크 과학 분야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내가 가지고 있는 다음 선입견 3가지 ('부서 간 순환 적체, 상상 이상으로 치명적이다. 오로지 '승진'을 목표로 하면 독이 될 수 있다.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과의 인맥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를 바로잡게 해 주었다. '네트워크가 무엇인가, 인맥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가'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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