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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노 Oct 14. 2020

내가 사업을 시작한 이유.

틀에 갇혀 살기 싫은 평범한 30대.

이제 막 30살이 된 청년입니다.


저는 태어날 때부터 보통의 삶을 사는 것에 대한 의무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늦둥이에 외아들로 태어났던 저는 유년기 시절부터 나이가 많으신 부모님이 원하시는 보통의 삶을 살아야 효도하는 것이고 바람직한 도리라고 여겼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교무실에 불려 가는 일이 극히 드문 평범하고 순한 학생이었고 혹시나 일탈을 할 상황이 생기면 후에 부모님께 혼나는 것이 두려워 친구들 무리 속에서 자리를 피하기도 하였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즈음 진로를 결정하는 시기가 오게 되어 부모님과 한창 씨름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과학상자나 물로켓 같은 무언가 만들어내는 것을 참 좋아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 지갑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훔쳐 동네 문방구에서 미니카를 산 뒤 놀이터에서 조립하다가 걸려서 호되게 혼난 적도 있습니다. 대학교 입시를 진행하면서 대학교만큼은 내가 좋아하고 집중할 수 있는 로봇공학 관련 학과로 진학하고 싶었지만 성적 부진의 이유로 부모님에게 재수를 권유받았고 결국에는 취직이 잘된다는 이유로 물리치료과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때부터 저의 보통의 삶은 시작됩니다.


문과 출신이었던 저는 입학하자마자 많은 페널티가 있었습니다. 동기들은 다 할 줄 아는 기초물리를 할 줄 몰랐고 생리학에 대한 지식도 전무하였습니다. 성적은 바닥을 쳤고 자퇴도 생각해보았지만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원하시는 부모님의 등쌀에 못 이겨 어찌어찌 물리치료사 면허를 취득하고 편입까지 해서 4년제 학사까지 취득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독립을 한 뒤, 병원생활을 시작하면서 제 보통의 삶은 잘 굴러갔습니다.



저는 신경계 질환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치매, 척수손상 등등)을 전담으로 치료하는 치료사입니다. 신경계 질환의 특성상 재원기간이 길고 물리치료의 효과가 매우 더디게 나타납니다. 항상 같은 시간에 출근하여 항상 같은 환자를 보고 항상 같은 치료와 업무를 보면서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완벽한 보통의 삶이 시작되었고 처음 1년 동안은 부모님에게서 경제적 독립을 얻은 것에 대해 매우 만족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아. 제가 좋아하는 운동인 주짓수도 부모님 눈치 안 보고 마음껏 할 수 있었고요.


하지만 독립을 하고 2년째 되는 해부터 뭔가 이상함을 느낍니다. 어느 순간부터 막연하게 드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분명히 저는 저만의 보통의 삶을 만족하며 살고 있었는데 말이죠. 단순히 연봉과 결혼 같은 문제를 떠나서 지금처럼 반복되는 사이클을 늙을 때까지 견뎌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점점 들기 시작했습니다. 우울감에 빠지기 시작했고 막연하게 노후준비를 위해 돈이라도 더 벌고 싶어 부업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돈이 더 생기면 삶이 더 변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여러 가지 일을 찾아보았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독립을 한 뒤 3년째 되는 해에 저는 제가 느끼는 불안감과 우울감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저는 보통의 삶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고 부모님과 주위 친척들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모나지 않고 내 개성을 억누르며 사회의 일원이 되어 묵묵히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태엽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보통의 삶이 아닌 다른 삶에 대해 많이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몰려왔고 그제야 남들을 위해서가 아닌 제 인생을 위해 일해야겠다고 다짐을 하였습니다.


생각을 고쳐 먹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제 연봉 테이블을 보게 되었고 병원 근무에 소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계발에 대한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보고 내가 뭘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시기였습니다. 그 와중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상거래 소매 중개업에 대한 콘텐츠 들을 접하게 되었고. 바로 세무서로 달려가 사업자 등록을 한 뒤, 스마트 스토어와 쿠팡에 입점 신청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철저하게 보통의 삶을 살아온 저의 첫 사업은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매출은 나오지 않고 시장조사도 어떻게 할 줄 몰라 레드오션 시장에만 발들 담겄었습니다. CS도 할 줄 몰랐었고 진상 손님에게 휘둘리며 하루 종일 정신없던 날들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즐거웠습니다. 제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남들이 정해준 길이 아닌 내가 스스로 선택한 방향으로 나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희열을 느꼈습니다. 새벽 4시까지 무엇이 잘못되었고 해가 뜨면 뭘 해야 하는지 생각했습니다. 여러 가지 아이템들을 소싱해보고 판매 플랫폼도 바꿔보며 실패를 계속 경험해갔습니다.


저는 10월부로 또 한 가지의 사업을 말아먹었습니다. 핸드폰 케이스를 스마트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사업이었습니다. 나름 매출이 잘 나오던 사업이었지만 더 이상의 성장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상품을 모두 삭제하였습니다. 12월까지 재정비의 시간을 가지고 세금에 관한 일이 끝나고 나면 다른 사업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저는 지금이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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