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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정은 작가 Dec 02. 2018

화분

시 필사

그러기야 하겠습니까만은

약속한 그대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날을 잊었거나 심한 눈비로 길이 막히어

영 어긋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봄날이 어지럽습니다.

천지사방 날리느라

봄날이 나비처럼 가볍습니다.


그래도 먼저 손 내민 약속인지라

문단속에 잘 씻고 나가보지만

한 한 시간 돌처럼 앉아있다 돌아온다면

여한이 없겠다 싶은 날, 그런 날

제물처럼 놓였다 재처럼 내려앉으리라

햇살에 목숨을 내놓겠습니다.


부디 만나지 않고도 살 수 있게

오지 말고 거기 계십시오.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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