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필사
그러기야 하겠습니까만은
약속한 그대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날을 잊었거나 심한 눈비로 길이 막히어
영 어긋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봄날이 어지럽습니다.
천지사방 날리느라
봄날이 나비처럼 가볍습니다.
그래도 먼저 손 내민 약속인지라
문단속에 잘 씻고 나가보지만
한 한 시간 돌처럼 앉아있다 돌아온다면
여한이 없겠다 싶은 날, 그런 날
제물처럼 놓였다 재처럼 내려앉으리라
햇살에 목숨을 내놓겠습니다.
부디 만나지 않고도 살 수 있게
오지 말고 거기 계십시오.
-이병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