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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정은 작가 Nov 29. 2018

삶이라는 진한 농담

시 필사를 하며 쓰는

'농담'이라는 이문재의 시를 읽으며

밀란 쿤테라의 <농담>을 생각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국내에 가장 많이 알려진 밀란 쿤테라의 작품 중,

순전히 제목에 끌려 읽게 되었는데 역사적 실수들에 대한 비극적 농담을 토해내는 글을 보며

가볍지 못하게 읽었던.


같은 제목이지만 이 시에서 말하는 농담 역시 가볍지 만은 않다.

역설적이지만 역설적이지 않은.

삶이란 종종 농담 같은 것.

허허, 웃어넘기어야 버티어 낼 수 있는.



농담_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 사람은,

외로움의 근원이 무엇인지도 모를 만큼 지독하게 외로운 사람일 거다.

그래서, 그런 이의 짙은 외로움이 강함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겠다.


당신은 외로운 사람이 아니길.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생각나는 이가 없다 해도

온전히 풍경에 흠뻑 취할 수 있는,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생각나지 않아 더 외로워지는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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