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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정은 작가 Nov 29. 2018

글쓰기의 영감에 대하여

인터뷰에서 가장 가주 받는 질문을 추려 작업노트.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열 권이 넘는 책을 출간하셨는데, 글쓰기의 영감은 어떻게 오나요?"

"하루 작업 스케줄은 어떻게 되시나요?"

"가장 좋아하는 책은 무엇인가요?"


글쓰기의 영감은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온다.

먹고, 이야기하고, 걷고, 울고 웃는 생활의 모든 순간에 글 쓸 소재감들이 있다.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려운 거 같아"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우리가 '평범'이라 부르는 순간들이, 사실은 가장 안온한 평화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일상만큼, 지금 이 순간만큼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요즘 바빠지면서 밤에 작업을 해 보았는데,

나라는 인간은 밤엔 졸려서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체력도 약하고, 밤에 글을 쓰면 피부도 상하고, 라이프 패턴이 망가지면 삶도 상할 거 같아

낮에 글 쓰는 습관을 들인 지 어언 10년.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서운 거다.

낮 시간은 오히려 자판에 손을 대면 어떤 글이라도 써지는데,

밤 시간에 자판에 손을 대면 짜내는 느낌이 그대로 깃든 글이 나온다.

짜내어서라도 쓰긴 하지만, 굉장히 체력적 소모가 커서 

그 타격이 며칠 이어진다.


해서, 매일 A4 기준 2장-4장 이상의 작업량을 넘기지 않는다.

글이 아주 잘 써지거나, 마감이 급박한 건 이 아니라면

이 원칙을 지킨다.


책상에는 주로 오전 10시 경부터 오후 4시 경까지 앉아있다.

책상에 앉아 있지 않더라고 늘 글감을 생각한다.

무의식 속에서 숨 쉬고 눈 떠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글감과 연관시킨다.


얼마 전 문학 읽기 수업에서

"작가들의 자전적 소설을 보면 어린 시절에 본 풍경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요.

이걸 나중에 내가 작가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의식하고 관찰해 둔 것인지,

추후 자료조사로 쓴 글인지 궁금해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아마 전자와 후자 모두 해당되는 작가들이 있겠지만,

내 생각엔 작가로 살다 보니 더 예민해지고 관찰력이 늘어나는 것 같다.

하나의 현상에 대해 다양한 묘사로 생각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물 한잔을 마셔도

이 물은 그냥 물 한잔, 이 아니고


"그대에게 건네는 물 한잔"

"일을 끝낸 후 마시는 시원한 물 한잔"

"슬픔을 꾹꾹 눌러 담으며 마시는 물 한잔"

등, 하나의 단어에 많은 연상을 하려 한다.


이렇게 예민함을 탑재하니 작가라는 존재들이 하나같이 예민하고 성격도 지랄 맞다.



약하게 태어난 내 몸을 유난히 더 신경 써서 케어해주어야

보편적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 수준의 건강 상태가 되기에

스스로 굉장히 엄격하게 하루의 스케줄 관리/식단관리/체력관리 등을 하는 편이다.


일정 시간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영화나 전시회를 보고, 산책을 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흐르는 영감을 잡으려 한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폭넓은 대화를 좋아한다.

주변에 글 쓰는 작가 친구들이 몇 없다.

만나 글 쓰는 이야기 하면 그다지 재미도 없거니와,

나와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사용하는 단어가 달라 

함께 먹고 마시는 것만으로도 여러 권의 책을 읽는 것처럼 전환이 된다.


"다독, 다작, 다상량"만큼 작가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요소는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컨디션에서 좋은 글이 나온다.

기업은 공장을 통해 물건을 생산한다.

작가에게 공장은 본인의 몸과 머리이기 때문에,

작가들은 유달리 건강관리와 좋은 에너지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해서, 내가 받는 스트레스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특히 책 쓰는 기간은 더더욱)

식물에게도 "사랑해"라는 아름다운 말과 좋은 음악을 들려주면

반짝거리며 잘 자라듯,

작가의 몸과 마음도 좋은 에너지로 가득 채워야 독자들에게 울림을 주는 글을 쓸 수 있다.


어쩌면 이 생활은 고행이 아닐까 싶지만,

엄격하게 자기 관리를 하면서도 쓸 수 있는 순간이 너무 좋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요즘 재미있는 책이 너무 많아서. 그때그때 바뀌지만

11월 현재는 <데미안>이 1위이다.


특히 이 구절이 좋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나아간다.


수 년 전에 예스24와 내 서재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을 첨부하며.


http://ch.yes24.com/Article/View/24170







이 구절은 감성 에세이 <같이 걸을까>의 한 구절이다.

작가는 윤정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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