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프로필은 7년 전에 찍었는데 그때 찍은 사진을 여태 사용 중이고, 책을 핑계 삼아 손님들 예약받는 업체 카카오톡의 사진도 바꿀 겸 후다닥 찍고 왔다. 두어 달 전쯤 크게 감기에 걸렸다가 살이 무려 5kg이나 빠졌기 때문에 시기적절했다. 나와 친구들은 세상에 이름이 나려면 옷이 깔끔해야 한다! 주의라서 미미가 구찌에서 넥타이도 사줬다. 내 친구들 대단하다. 네 돈이 내 돈, 내 돈이 네 돈, 내 명성이 네 명성, 네 명성이 내 명성 - 이러면서 사는 데 기적적으로 절대 틀어지지 않는다. 그건 서로를 무지막지 믿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 믿음을 밥으로 친다. 그거 먹고 여기까지 왔다고, 그거 아니었으면 아사해서 죽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사진깨나 찍는, 말하자면 사진이 직업인 친구가 있어 부탁했는데 마침 약속한 날짜에 굿이 한 건 잡혀서 한 달이 미뤄졌다. 그건 숲에서 찍기로 했는데 어디서든 쓸 수 있는 스튜디오용 사진도 필요하지 싶었다. 나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살 때 전적으로 직감에 의지하기 때문에 사진관 선택도 100% 감이었다. 몇 월 며칠, 몇 시, 어떤 서비스 원한다고 시원하게 말하고 뚝딱 예약했다. 일주일쯤 남았을 때부터 밥을 덜 먹었다. 이번에 찍으면 몇 년간 우려먹을 거니까 무조건, 무조건 잘 나와야 했다. 모시고 있는 대신 할아버지한테 빌었다. 사진 잘 나오게 해달라고.
우리 대신 할아버지는 손녀 사랑이 지극해서 작은 소원은 뚝딱 잘도 들어주시는데 사진이 잘 나온 걸 보니 이번에도 할아버지가 힘써주신 게 분명하다. 사실 포토 언니 실력이 대단한 거겠지만 너무 만족스러워서 주변에 여기 가라고 자랑 실컷 했다. 고향서 부산 놀러 온 우리 아빠도 너무 좋아했고, 아빠 지갑에 들어갈 내 사진처음 드려봐서 나도 좋았다. 잘 나온 사진 한 장에 자신이, 가족이, 친구가 다 좋아해서 사진 받는 날은 종일 기뻤다. 어떤 순간이든 함께 즐거운 사람들이 있다는 거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난 그거면 된다. 사진이 좀 못 나온대도, 책이 생각만큼 안 팔린대도, 아무튼 내 뜻대로 잘 안 되는 게 있어도 이 사람들 있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사진 덕인지 모르겠으나 책은 생각 외로 선방이다. 정확한 수치는 말씀 못 드리지만 집계된 판매량 보고 있으면 피곤하다가도 기분 좋다. 사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리고요. 제가 더 잘할게요. 제가 더 열심히 살게요. 제가 좀 더 고생해서 다른 사람 닦아주는 얘기를 적어 볼게요…. 그런 걸 속으로 중얼거린다. 나는 상대에게 들리는 말만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속으로 하는 말이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뱉는 말도 다 말이고, 힘 있다고 믿는다. 아무도 안 들은 것 같아도 나는 들었잖은가. 그 말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가장 잘 아는 ‘내’가 말이다. 나는 혼잣말도 다 진짜로 했다. 그러니 그 말은 좋은 힘이 있어서 먼 곳에 닿아 사람을 살릴 것이다.
앞으로 쓸 글도 다 진짜여야만 한다. 나를 속이지 않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진짜’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필은 조금 가짜일 수도 있다. 너무 잘 나왔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