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윤우 Mar 15. 2024

책도 나왔겠다 내친김에 프로필을 찍었다.

 마지막 프로필은 7년 전에 찍었는데 그때 찍은 사진을 여태 사용 중이고, 책을 핑계 삼아 손님들 예약받는 업체 카카오톡의 사진도 바꿀 겸 후다닥 찍고 왔다. 두어 달 전쯤 크게 감기에 걸렸다가 살이 무려 5kg이나 빠졌기 때문에 시기적절했다. 나와 친구들은 세상에 이름이 나려면 옷이 깔끔해야 한다! 주의라서 미미가 구찌에서 넥타이도 사줬다. 내 친구들 대단하다. 네 돈이 내 돈, 내 돈이 네 돈, 내 명성이 네 명성, 네 명성이 내 명성 - 이러면서 사는 데 기적적으로 절대 틀어지지 않는다. 그건 서로를 무지막지 믿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 믿음을 밥으로 친다. 그거 먹고 여기까지 왔다고, 그거 아니었으면 아사해서 죽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사진깨나 찍는, 말하자면 사진이 직업인 친구가 있어 부탁했는데 마침 약속한 날짜에 굿이 한 건 잡혀서 한 달이 미뤄졌다. 그건 숲에서 찍기로 했는데 어디서든 쓸 수 있는 스튜디오용 사진도 필요하지 싶었다. 나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살 때 전적으로 직감에 의지하기 때문에 사진관 선택도 100% 감이었다. 몇 월 며칠, 몇 시, 어떤 서비스 원한다고 시원하게 말하고 뚝딱 예약했다. 일주일쯤 남았을 때부터 밥을 덜 먹었다. 이번에 찍으면 몇 년간 우려먹을 거니까 무조건, 무조건 잘 나와야 했다. 모시고 있는 대신 할아버지한테 빌었다. 사진 잘 나오게 해달라고.


 우리 대신 할아버지는 손녀 사랑이 지극해서 작은 소원은 뚝딱 잘도 들어주시는데 사진이 잘 나온 걸 보니 이번에도 할아버지가 힘써주신 게 분명하다. 사실 포토 언니 실력이 대단한 거겠지만 너무 만족스러워서 주변에 여기 가라고 자랑 실컷 했다. 고향서 부산 놀러 온 우리 아빠도 너무 좋아했고, 아빠 지갑에 들어갈 내 사진 처음 드려봐서 나도 좋았다. 잘 나온 사진 한 장에 자신이, 가족이, 친구가 다 좋아해서 사진 받는 날은 종일 기뻤다. 어떤 순간이든 함께 즐거운 사람들이 있다는 거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난 그거면 된다. 사진이 좀 못 나온대도, 책이 생각만큼 안 팔린대도, 아무튼 내 뜻대로 잘 안 되는 게 있어도 이 사람들 있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사진 덕인지 모르겠으나 책은 생각 외로 선방이다. 정확한 수치는 말씀 못 드리지만 집계된 판매량 보고 있으면 피곤하다가도 기분 좋다. 사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리고요. 제가 더 잘할게요. 제가 더 열심히 살게요. 제가 좀 더 고생해서 다른 사람 닦아주는 얘기를 적어 볼게요…. 그런 걸 속으로 중얼거린다. 나는 상대에게 들리는 말만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속으로 하는 말이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뱉는 말도 다 말이고, 힘 있다고 믿는다. 아무도 안 들은 것 같아도 나는 들었잖은가. 그 말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가장 잘 아는 ‘내’가 말이다. 나는 혼잣말도 다 진짜로 했다. 그러니 그 말은 좋은 힘이 있어서 먼 곳에 닿아 사람을 살릴 것이다.

    

 앞으로 쓸 글도 다 진짜여야만 한다. 나를 속이지 않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진짜’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필은 조금 가짜일 수도 있다. 너무 잘 나왔기 때문에….


감사해요 . . .  평생 우려 먹을게요 . . .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생애 첫 책이 나왔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