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그거 사기 아니야?(10)
무속인이 쓰는 굿 이야기.
*세존굿과 대감굿에 관하여6
조상신은 후손을 괴롭히러 오는 게 아니라고, 그들은 애 많고 팔자 센 후손을 도와줄 뿐이라고 했다. 신이 찾아와 후손을 괴롭히는 게 아니라 원래 당신 인생에 애가 많은 걸 조상신이 도와주러 오는 거라고 말이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사람을 악의적으로 괴롭히는 건 귀신이나 하는 짓이다. 게다가 한국 귀신은 악(惡)을 품고 사람을 해치기보다, 살아생전 풀지 못한 한을 알아달라는 게 크다.
대감굿 얘기를 계속해보자. 대감은 당신의 도술에 따라 그 명칭이 달라진다고 했다. 글이나 학문을 부리는 도술이 있으면 글문 대감, 의약학을 부릴 줄 알면 약사 대감, 살아생전 벼슬로 명성을 떨쳤다면 벼슬 대감, 사업으로 크게 불릴 줄 알면 업 대감, 이렇듯 예시가 다양하다.
대감은 특정한 도술이 있고, 그것이 재물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욕심이 많다. 사람도 돈벌이 기술이 좋으면 밖에 나와 설치려고 하듯 대감도 마찬가지며, 그들은 자손 사랑이 지극해 내 자식 배 불리는 데 급급하다. 팔자에 애 많은 내 새끼, 어떻게든 잘 먹고 잘 살아야 해서 당신이 가진 도술을 전수해 주려 애를 쓴다. 때문에 대감 모셔야 할 집은 그들을 모시지 않으면 하는 일에 문제 생길 확률이 높다. 대감은 일, 즉 업을 관장하는 신이니 부러 ‘일’에 문제를 일으켜 당신이 있음을 알아채길 바란다.
애 많고 업 많은 네 팔자 어차피 대감인 나를 받들지 않으면 언젠가 자빠질 텐데 당신을 모셔 걸림 없이 살라는 게 대감들의 심보다. 얼핏 들으면 대감이 하는 일을 망하게 하는 것 같지만, 대감 모셔야 할 집은 모시지 않으면 언젠가는 사업( 하는 일 )에 문제가 생기거나 자빠지게 돼 있다. 당신을 모시면 당신의 원력으로 위기를 넘길 테니 대감신의 입장도 이해된다. 누차 강조하지만 애 많은 팔자를 도와주러 대감신이 찾아오는 것이며, 어떤 팔자는 애는 많으면서 이렇다 할 대감신이 없는 경우도 있다. 애 많은 팔자에 힘 있는 대감 신이 있는 건 꽤 잘난 행운이란 말이다. 세존신이나 여타 조상신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누구는 그런 신이 없어서 죽어버릴 때도 있다. 정말이다.
대감굿은 세존굿과 맥락은 비슷하다. 다만 대감굿은 ‘대감거리’라고 해서 대감이 당신의 도술과 도법을 읊고, 살아생전 양반으로서, 대감으로서, 명성을 떨쳤던 한 인간으로서, 당시의 위세를 떨치듯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지점이 있다. 당신의 필력을 자랑하는 글문 대감, 당신의 의술을 자랑하는 약사 대감, 당신의 재물과 복록을 자랑하는 업 대감, 살아생전 거나한 벼슬 썼음을 말하는 벼슬 대감…. 대감거리는 본 굿에서 모시고 받들 대감이 누군지에 따라 그 모습과 발언에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 옥색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들어오는 대감들은 후손의 돈과 재물, 복을 관장하며 그들의 위세는 한 인생을 집어삼키는 것만 같다.
* 현재 이 시리즈는 신굿, 세존굿과 대감굿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추후 다른 굿으로 글을 이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