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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우 Mar 17. 2024

굿, 그거 사기 아니야?(9)

 *세존굿과 대감굿에 관하여5


 신줏단지에 세존(세준)할머니 모시는 얘기를 썼으니 이제 대감 할아버지 모시는 굿 얘기를 해야 한다. 대감 할아버지는 내게 무척 친숙한 신명이다. 그건 우리 할아버지가 대신 할아버지라도 뭇 대감 할아버지들과 비슷한 맥락이 많아서다. 나의 대신 할아버지는 대신으로서 점을 치지만 당신이 살아생전 글을 썼기 때문에 ‘글문’이라는 도술을 갖고 있고, 그 도술을 내게 전수하며 나 역시 글을 쓰도록 도우시는데, 그것은 뭇 대감 할아버지들의 알고리즘과 같다.


 이전 글 마지막에서 대감 신은 남자 신으로서 살아생전 학문에 덕을 쌓았거나, 벼슬을 했거나, 장사를 크게 했거나, 기술로 부를 얻었거나, 말하자면 살아생전 특정한 업적과 기술이 있었고, 그를 통해 부나 명예, 덕을 취했으며, 돌아가신 후에는 당신이 취했던 부, 명예, 덕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도술이 있다고 했는데 우리 할아버지는 점을 칠 줄 알아 칭호는 대신이지만 뭇 대감 할아버지가 갖는 위 같은 도술이 있어 대감의 형태로도 볼 수 있다. 그러니 나는 대감 신이 친숙할 수밖에 없다.

 

 대감 신의 칭호는 대감 신이 갖는 도술에 따라 제각각이다. 만약 살아생전 글이나 학문에 종사했고, 그 업적이나 실력을 알아 줄만 하면 글문 대감으로 들어온다. 학문과 글이 그들의 도술이다. 살아생전 의학이나 약학, 침술, 소위 의술로 일컫는 일에 종사했고, 그 능력이 뛰어나면 약사 대감으로 들어오는데 실제로 의사나 약사, 의학 종사자들 가운데 약사 대감 있는 이들이 있다. 그렇다면 학문에 조예가 깊거나, 글밥을 오래 먹는 사람 중에도 글문 대감이 있을 수 있겠다.


 조상 신은 생각보다 크고 힘 있어서 한 번 후손에게 들어오면 후손은 그 기척을 자신도 모르게 따라 밟는다. 글문 대감이 왔으니 자연스레 글 밥을 먹고, 약사 대감이 왔으니 자연스레 의술에 종사한다. 후손에게 대감 신이 보이고 들렸던 게 아니어도 신의 입김을 따라간다. 그 외에도 돈 잘 벌고 사업 잘하는 업 대감, 살아생전 벼슬 썼고 후손에게 명예를 안겨 줄 수 있는 벼슬 대감도 있다. 역시 업 대감 있는 이들은 사업 종사자가 많고, 실제로 관직에 오른 사람 가운데 벼슬 대감 있는 이가 있다. 글을 쓰거나, 의술을 부리거나, 사업을 하거나, 관직에 있다 해서 무조건 대감 신이 있다는 게 아니라는 건 다시 한번 강조한다.


 대감 신은 수많은 당신의 후손 가운데 당신과 가장 닮은 사람에게 간다. 이건 대감 신뿐만 아니라 뭇 조상 신들이 그렇다. 조상 신의 살아생전 사주팔자와 닮았거나, 마음 씀씀이가 닮았거나, 생김새가 닮았거나, 당신과 닮지 않더라도 마음 씀씀이가 착하거나, 단단하거나, 당신을 모시거나, 찾거나, 마음에 품을만한 후손에게도 갈 수 있다. 신은 각자 다른 이유로 특정 후손과 가까워지지만 보통 신이 닿는 후손은 명이 짧거나, 애가 많거나, 결론적으로 신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니 조상 신이 들어와 후손의 인생을 좌지우지한 게 아니다. 조상 신은 그들을 도우려고 온 것이다. 당신 팔자가 태어나기를 애 많고 업 많아 사는 게 버거우니 그걸 돕고자 조상 신이 온 셈이다. 잘 사는 당신에게 무작정 조상 신이 찾아와 괴롭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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