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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우 Mar 13. 2024

굿, 그거 사기 아니야?(8)  

 *세존굿과 대감굿에 관하여4


 세존(세준) 할머니를 모시는 굿은 수많은 굿 중 깨끗하기로는 손에 꼽는다. 살아생전부터 먹을 것, 마실 것 가려가며 기도에 전념했던 분들이 세존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그들의 모든 걸음은 깨끗할 수밖에 없다. 먹을 것과 마실 것뿐만 아니라 보고 듣는 것, 마음 쓰는 것, 생각하는 것, 그 모든 결백을 내내 지키며 기도했으니 그들이 어떤 신보다 깨끗하게 들어오는 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세존을 신줏단지에 모심으로써 집안의 평안을 되찾는 건, 세존 할머니가 기도로 쌓은 결백한 공덕을 받아먹는 이치와 같을지도 모르겠다.


 세존굿은 당갓집에 아무리 독한 영가가 있더라도 동물 피로 군웅을 치는 일은 드물고 마른 재료와 오색 주천으로 해결한다는 얘길 지난 시간에 했다. 이렇듯 세존굿은 그 어느 순간도 지저분한 기색이 쉬 보이지 않는다. 신이 오로지 맑고 깨끗하기만 해서 굿도 모든 순간 깨끗한 셈이다. 마찬가지로 대신을 모시는 신굿, 대감을 모시는 대감굿 역시 모시게 될 신의 성격을 따라가게 돼 있다. 만약 들어오는 신의 성격이 유별나고 시끄럽고, 놀기도 좋아한다면 그 굿은 손님도 많고 소란스럽고, 온갖 재미난 얘기도 다 나오곤 한다.


 사람들은 세존굿이나 대감굿도 신을 모시는 굿이니 신내림 받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곧잘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기서 모실 세존(세준)할머니, 대감 할아버지는 당갓집 사람들 눈에 보이거나 그 음성이 들리지도 않고, 오로지 명이 짧고 애가 많은 후손을 살려주고자 오시는 것뿐이니 누구 하나 무당 되는 게 아니다. 신내림은 제자가 대신을 모셔 무속인 길을 갈 때나 쓰는 용어다.


 세존굿은 막바지 단계에 이르러 정해진 횟수만큼 단지에 쌀을 퍼 담고, 명주실로 머리카락을 만들어 단지 주둥이에 두른다. 그 위로 하얀 고깔을 씌우면 온전한 모습이 된다. 이후 법사의 염불을 통해 굿을 마무리 지으면 신줏단지를 받쳐 들고 굿당 밖을 나선다. 그 길로 당갓집으로 향한다. 신줏단지는 장롱 위나 집안 높은 곳에 모시는데 한 집안을 정치하며 후손을 돌보고, 지킨다는 의미가 있다. 또 대신을 모신 게 아니기 때문에 누가 신내림을 받았거나, 무당이 되었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며 애당초 세존 할머니는 점을 치는 신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한다.


 단지를 모신 집안은 할머니가 집안 후손들을 돌아다니며 하나하나 지켜주고 돌봐주는 형국이지만 만약 당신을 괄시하거나 믿지 아니하면 지켜보지 않을 때도 있다. 그것은 할머니의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새끼 사랑이 아무도 못 말려서 당신을 믿지 않아도 돌봐주는 할머니가 있는가 하면, 당신을 믿는 사람만 돌보는 할머니도 계신다. 그러나 당신을 믿지 않는다 해서 벌을 주는 형국은 전혀 아님을 밝힌다.


 이제 대감굿으로 넘어가 보자. 대감굿은 대감 할아버지를 모시는 굿이다. 대감 신은 남자 신으로서 살아생전 학문에 덕을 쌓았거나, 벼슬을 했거나, 장사를 크게 했거나, 기술로 부를 얻었거나, 말하자면 살아생전 특정한 업적과 기술이 있었고, 그로 인해 덕이나 부, 명예를 취했으며 돌아가신 후에는 후손에게 당신이 취했던 덕이나 부, 명예를 물려줄 수 있는 도술이 있다. 그들은 단지에 모셨던 세준 할머니와 달리, 함이라 불리는 나무 상자에 옷을 넣어 모시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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