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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우 Mar 07. 2024

굿, 그거 사기 아니야?(7)

굿이란 무엇인가

 *세존굿과 대감굿에 관하여3


 세준 할머니는 윗대의 기도 공덕이 많은 할머니로 가까운 인척이 아니다. 친할머니, 증조할머니처럼 가까운 인척, 정확히는 돌아가신 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밖에 안 된 분들은 들어올 수 없다. 조상이 돌아가신 후 신으로 오려면 그만큼 긴 세월이 필요한 법이다. 세준 할머니가 따라다니는 손님들이 오면 모셔야 할 집과 모시지 않아도 될 집이 나뉜다. 모셔야 할 집이 오면 할머니의 존재, 몇 대에서 어떻게 들어오시는지, 모시면 어떻게 되는지를 손님께 상세히 말씀드려야 한다.


 이전 글에서 세준 할머니를 모셔야 할 집이 모시지 않으면 가정의 불화가 불고 사이가 틀어지며, 돈이 모이지 않을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풍파가 불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세준 할머니가 당신을 모셔달라 패악을 부리는 게 아니라 세준 할머니를 모시지 않으면 그 집안사람들 명이 짧거나 애가 많아 그런 것이다. 세준 할머니는 살아생전 기도 공덕이 많은 만큼 가정의 복록과 명을 이을 수 있는 도력을 갖고 오시며, 당신의 도력으로 명 짧고 애 많은 후손을 살릴 수 있어 후손을 괴롭혀서라도 앉혀달라 하는 맥락이다.


 세준 할머니도 살아생전 인간이었던 만큼 집마다 성격이 다 다르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민규네 집 할머니는 성격도 별나고 말도 많고, 자식 사랑이 끔찍해서 내 자식 일이라면 길길이 날뛰는 성격이라면 어떤 할머니는 큰일에도 낯 색 하나 안 변할 만큼 차분한 성격이다. 얼굴도, 성격도 다 다르지만 깨끗하고 새하얀 한복에 하얀 고깔을 쓰고 있고, 가정의 복록과 안정을 위해 자리한다는 점은 같다. 세준 할머니를 모시지 않아 풍파가 불었던 집은 할머니를 모시면 시간이 흐를수록 가정이 자리 잡는다. 할머니가 한 가정을 둘러 울타리를 치고 누구 하나 새 나가지 않도록 당신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형국이다. 세준 할머니는 보통 이 집안의 대주 집안, 가장 집안에서 모신다.


 세준 굿은 보통 삼 년에 걸쳐 세 번의 굿을 한다. 한 집안에 신이 자리 잡고, 신이 집안을 보수하고 전개하는 데 세 번의 굿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첫 번째 굿은 집안의 지저분한 것을 정리하고 신을 모시는 굿, 두 번째 굿은 신의 기운을 복 돋는 굿, 세 번째 굿은 세준 할머니를 잘 모시겠다는 약속의 장이자 성대한 잔치의 의미다. 모든 굿은 당갓집 ( 굿의 당사자 집 )이 가지각색이라 필요한 사람이나 재료는 엇비슷해도 미세한 차이가 난다. 이를테면, 세준 할머니도 집마다 입맛이 달라 어떤 집은 큼지막한 조기가 올라가고, 어떤 집은 삶은 문어가 올라간다. 이는 굿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자에게 당갓집 세준 할머니가 일러주곤 한다.


 삼산을 돌거나 몸소 신을 받아야 하는 신굿과 달리, 세준 굿은 시간 소요가 짧다. 할머니를 단지에 모셔 집으로 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굿 시작과 동시에 할머니를 단지에 모시는 게 아니라 반드시 절차를 밟아야 한다. 먼저, 세준 할머니를 모시게 될 당갓집에 원 있고 한 있는 조상, 영가, 잡귀가 있다면 그를 풀어준다. 세준 굿은 모시게 될 할머니가 워낙 깨끗하고 맑아 피 군웅, 신굿 편에서 말했던 동물 피를 섞는 군웅은 가급적 치지 않고, 마른 군웅과 오색 주천을 풀어 해결한다. 마른 군웅은 피를 보지 않고 채소나 삼베천 따위로 군웅을 치는 행위며, 동시에 똬리 꼬듯 묶어둔 오색의 긴 주천을 있는 힘껏 풀어헤쳐 묵은 조상과 영가의 비틀린 마음을 풀어 내린다.


 일련의 행위를 통해 집안의 발목을 잡거나 소란을 일으킨 영가를 보내주면 굿을 주관한 무속인도 당갓집도 참으로 개운한 마음이 든다. 당갓집 눈에는 신이며, 귀신이며 보이지 않겠지만 진정 세준 할머니가 있는 집 후손은 정리된 집안을 몸소 느낄 수 있음이다. 그렇게 집안 정리를 갈무리 짓고 맑고 깨끗한 자리를 마련해야 하얀 고깔을 쓴 세준 할머니가 흰 물결처럼 굿당에 들어선다.


탱화 왼쪽에서 두 번째, 하얀 고깔을 쓴 할머니.


오색 주천 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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