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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우 Apr 24. 2024

나는 예술학도가 싫어요.(3)

*y는 제게 왕래하는 손님입니다. y의 허락을 구해 실화를 바탕으로 씁니다.

 

 y를 수호하는 친가의 윗대 대감 할아버지도, 굿하다 살 맞아 죽었다던 외가 쪽 영가도, 아무쪼록 y가 편안하려면 굿을 통해 정리가 필요한 분야였는데 나는 y에게 굿해라, 뭐 해라, 가타부타 말 안 했다. 나는 굿 값 작게 안 받기 때문에 그 큰돈을 학생에게 말하기 힘들었을뿐더러 y가 여러 무당한테 상처받고 온 게 빤해서도 그랬다. 실제로 점집 이곳저곳에서 자기 보고 신 받으라 했다기에 뭐 보이고 들리냐고, 뭐 보이고 들려서 그게 뚝딱 맞아야 신을 받든 말든 한다고, 뭐 보이시냐고 물어봤다. 아무것도 안 보인단다.

 

 나는 y가 유독 마음 아팠다. 그냥 내 마음이 그랬다. 걔는 남에게 모질지 못한 인간, 남을 지나치지 못하는 인간, 인생이 가혹하면 할수록 자기 탓을 하는 인간, 남 탓을 하다가도 자신에게 화살을 돌리는 인간이었다. 그 애는 착해서 귀신에 휘둘렸다. 타고난 본성이 남에게 사기 치고, 내치고, 밟고, 지나가는 인간은 인간 탈을 썼어도 하는 짓이 귀신이라 귀신이 잘 안 붙는다. 이미 귀신 됐는데 귀신이 붙어 뭐 하겠는가. 귀신에 잘 휘둘리는 인간은 마음 약한 인간이다. 휘둘리기 좋은 인간에게 귀신이 붙는다. 귀신은 사람 몸에 기생하며 나쁜 일을 일으킨다. 나 살아생전 이런 일 겪었으니 네가 알아달라는 격이다. 나는 y에게 벌어진 일들에 대해 안다. 그건 웬만큼 귀신 장난이었을 것이다. 다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아무도 그 애에게 일어난 일을 그 애만큼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나는 y가 예술대에 다닌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나는 예술학도가 싫었다. 사실 예술학도가 싫은지, 예술가가 싫은지, 예술이 싫은지 모르겠다. 싫은 게 아닐 수도 있다. 한 번 발음해 보라. 예술. 나는 예술-하면 모호한 덩어리 하나가 툭 떨어진 기분이다. 끝끝내 설명할 수 없는 묵직한 덩어리, 혹은 연기 비슷한 게 내 눈앞에 놓인 것 같다. 설명할 수 없는 건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이게 얼마나 무서운 말이냐면 공기도 예술 될 수 있고, 책도 예술 될 수 있고, 사고도 예술 될 수 있고, 죽음도 예술 될 수 있다. 뭐냐고 이게.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서 결국 무엇도 아니게 될 수 있는 게 두렵다. 그곳에 책임질 수 없는 행동과 방임이 있을 것 같아 그렇다.

 

 근데 y가 그걸 공부한단다. 그것도 아주 전문적으로 배운단다. 나… 네가 귀신에 휘둘리지 않고, 아프지 않고, 마음껏 공부하고,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고, 기괴한 일들 겪지 않으면서 살아가기를 바라는데 혹시 너희 외가에 굿하다 살 맞고 죽은 귀신 있는 거… 그거 네가 예술적으로 승화하고 그걸 재료로 작품이라도 만들면 어떡하지, 전화 끊고 그 생각을 했다. 예술대에 다닌다고, 예술을 한다고, 귀신 장난에 휘둘려 이상한 생각 빽빽할 텐데 그거 예술이라고 오해하면 어떡하지, 그걸 재료로 뭐라도 만들겠다면 만드는 동안은 귀신 생각밖에 안 하는 건데, 그러면 너는 더 아파질 텐데, 두려웠다. 나는 정말 y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고는 며칠에 한 번, 몇 주에 한 번 연락하고 지냈다. 기도를 올린 것도 아니고 굿을 한 것도 아니지만 좀 봐주고 싶었다. 연락할 때마다 귀신 장난질에 휘둘리지 말라고 법당에서 이름을 읊어줬다. 기도가 좀 먹힌 모양인지 절연한 아빠와도 연락하게 됐단다. 그 말을 듣는데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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