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당신이 무속인이라면 당신 미래도 볼 줄 아냐는 건데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처럼 내 미래를 명징하게 보기란 어렵겠지만 적어도 가까운 미래, 이를테면 조만간 차 사고가 날 거라든지, 가족이 아플 거라든지, 어떤 손님이 집에 올 거라든지, 향후 몇 년간 어떻게 될 거라는 건 꿈으로, 기도로, 대신들의 말씀으로 들어서 알고 있다.
동시에, 미래를 볼 줄 아는 거면 당연히 복권 번호도 알고, 모르는 것도 없어야 하는 것 아니냔 식의 말하는 이들을 종종 보는데 이건 질문부터 아주 잘못됐다. 제자, 즉 나처럼 신을 모시는 이들은 타고나기를 명(命)이 짧고 애가 많아 신을 모심으로써 명(命)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인데, 우리는 신을 택해 삶을 얻는 대신 인간의 사사로운 욕심은 전부 버리겠다는 충성이 없으면 이 길을 갈 수 없다. 돈 욕심도 인간의 욕심이고 제자가 지녀서는 안 될 마음인데, 그런 제자에게 신이 로또 번호를 알려주는 게 애당초 이치에 안 맞다는 말이다. 그래서 중생들한테 돈 뜯고 뒤통수친 제자들이 결국 파국의 길로 들어 뉴스에도 나고 신문에도 나고 줄줄이 패가망신하는 거란 말이다.
처음 제자 길에 들 적 나의 대신은 내게 세 가지를 당부하셨는데, 가장 먼저 사사로운 일에 울지 말라고 하셨고, 두 번째로 네가 여자라도 타고나길 남자 팔자라 여자 행세하면 명이 짧다고, 그저 남자 한 가지처럼 살라 하셨고, 마지막으로 네 목숨 살려준 이들에 대한 은혜는 저버리지 말라는 거였다. 돈 벌어 주겠다, 명예 주겠다 그런 말은 안 하시더라. 신은 처음 들어올 때, 금은보화 주겠다, 떼돈 벌어 주겠다, 그런 말 하기 드물다. 돈도 명예도 결국 바른 자에게 따라오는 것이고, 바른 자가 쥔 돈과 명예가 아니라면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며, 돈은 자본 시장 수단에 불과할 뿐 사바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무엇, 신만이 지닌 무엇이라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신은 나 신이요 인간이 알기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돈 많이 버는 일은 신 아니라도 할 수 있는 일이고, 신은 오직 신만이 거느릴 수 있는 무엇을 아주 천천히, 뒤늦게 보여주는 존재란 말이다. 돈을 벌어도 뺏기지 않는 돈, 을질 하지 않아도 되는 돈, 명예를 주어도 그 누구도 나무라지 않는 명예, 어디서도 떳떳한 명예를 주는 게 신이다. 그런 돈과 명예가 아니라면 인생에 잠깐 운 좋아 스쳐 지나가는 돈과 명예일 뿐이다.
나의 스승은 내가 그의 첫 제자이자 마지막 제자이며, 유일한 제자라고 늘 말한다. 내가 7년 된 제자라도 제자 나이로 치면 그저 어린아이일 뿐이니 늘 겸손하게, 늘 낮은 자세로 살아가라 매일같이 말하곤 한다. 나는 스승 복이 있어 이렇게나 잘 살아 있다고, 나의 스승이 바르고 훌륭한 사람이기 때문에 여기까지 잘 왔다고 믿는다. 제자 인생에 스승 복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나는 단 한 번도 당신과 흩어지지 않고 여기까지 왔으니 얼마나 복 된 사람인가. 그는 나의 스승이자 부모이고, 친구이자 형제다. 우리는 우리만 쓸 수 있는 기술로 지금껏 많은 사람을 고치고, 많은 이들의 버팀목이 되어줬는데 앞으로도 꼭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나는 우리가 평생을 불려 갈 사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조금이라도 의심했다면 지금까지 오지도 못했을 걸 안다.
제자만 할 수 있는 얘기들을 쓰고 나면 꼭 사람들에게 동화 들려주는 것 같아 뿌듯해진다. 세상이 딱해서 속 아픈 얘기를 오래 썼는데, 앞으로는 전래 동화 들려주는 좋은 할아버지가 되어 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