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본 건데 진짜 조상 덕 있는 사람은 설이나 추석에 해외여행 간다고, 조상 덕 없고 가진 거 없는 것들이나 명절에 음식에 대고 절한다는 댓글을 본 적 있는데, 원래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자체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이나 친지를 오랜만에 보고, 서로 회포도 풀고 얘기도 나누는, 못다 나눈 마음을 말하는 데 의의가 있다. 말하자면 조상 배 불려서 덕 보자는 명절이 아니란 말이다.
조상 배를 불리는 날은 따로 있다. 기제사가 그날이다. 돌아가신 음력 날짜 하루 전날 밤, 정확히 자시( 밤 열한 시에서 새벽 한 시 )를 맞춰 지내는 기제사가 음식 한껏 차려놓고 절하며, 지방 쓰고 조상님 모시고 양껏 드시라 절하는 날이지, 설이나 추석은 가족끼리 모여 해외여행도 가고, 놀아도 되고, 전화 나누고 보내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굴어도 큰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설이나 추석에 가진 것 없고 조상 덕 없는 것들이나 명절 챙기는 거라는 말에 찝찝해할 필요도, 괜스레 성낼 필요도 전혀 없다.
고유 풍습은 본래 시대상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는 거다. 설이나 추석에 차례 안 챙기고 가족끼리 해외여행 간다면 그도 그런대로 가족 화합일 것이고, 일이 바쁘고 업무가 일정치 않아 못가 본다고 죽일 놈 될 것도 아니고,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전화 한 통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고마울 수 있는 거고, 가문 고유 풍습을 지키느라 명절 차례며, 기제사며, 시간 맞춰 끝내주게 지낼 수도 있는 거다. 다만 조상 덕을 정말 보고 싶거든 기제사를 잘 챙겨라. 기제사는 음력 기일의 하루 전날 밤, 자시를 맞춰 지내야만 덕이 있고, 밤 8시에, 밤 9시, 하다못해 밤 10시, 이렇듯 자시가 아닌 때 지낸 기제사는 아무 의미도 없고, 조상님 드시고 가시지도 않은 제사다. 조상님들은 반드시 음력 기일 전날 밤, 자시에 왕래하신다는 사실을 명심하면 된다.
이번 한가위는 가족분들 다 같이 모여서든, 아니든, 누구 하나 빠짐없이 즐겁게 지내시라. 살찐다고 걱정하며 음식 가리지도 말고, 그냥 실컷 먹고 나중에 운동해서 또 빼라. 남들 눈치 보느라 단 한순간도 못나면 안 된다는 식으로 지금껏 지내오셨을 텐데, 좀 편하게 지내면 뭐 어떤가. 나 지켜보는 것 같은 이들이 내 인생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닌데 편하게 편하게 명절 보내시면서 마음에 묵은 화도 내리고 슬픔도 보내셨으면 좋겠다. 긴 연휴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내시고, 맑은 마음으로 일상에 복귀하시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