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오래 먹이던 고양이가 죽었다. 고양이는 밥도 잘 먹고, 간식도 잘 먹고, 풀도 잘 먹고, 뭐든 잘 먹었다. 다른 동물을 보고 짖지도, 울지도 않고, 성도 잘 안 냈다. 7년쯤 살았을 때 다른 고양이보다 심장이 4배는 크다고, 오래 살지는 못 한다고 그랬었는데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살았다. 우리는 고양이가 죽기 일주일 전부터 우리의 이름은 설하고, 윤우라고, 설하 옆에는 미미가 있고, 내 옆에는 장군이 있다고, 너는 영물이기 때문에 인간 외의 것도 다 보이지 않냐고 내내 말했다. 고양이가 죽을 걸 알고 말해준 건 아니었다. 고양이만 보면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고양이는 아무 소리 없이 죽었다. 한 시간 숨만 가삐 쉬다가 저 스스로 눈을 감았다. 법당서 고양이가 죽으면 왕래하는 손님께 폐가 될까 봐 엄마 집에 데려다 놓고 임종을 봤다. 고양이는 아는 얼굴들 품에서 갔다. 거기 있던 사람들은 전부 고양이가 10년 평생을 봐온 사람들이었다. 아프지 말고, 1년 내내 푸르고 따뜻한 곳에서 너를 낳아준 어미나 아비를 만나 잘 지내라고, 우리는 두 번 다시 짐승 먹이는 일은 안 한다고, 네가 우리에게 첫 짐승이자 마지막 짐승이라고, 다른 짐승은 먹이지 않을 테니 시샘 말고 잘 가라고.
고양이는 법당서 10년을 살았기 때문에 염불 소리도 잘 듣고, 한 명의 기도자처럼 얌전히 굴었다. 아프고 힘든 내색도 잘 않고 오는 사람마다 반겼다. 주인 품이라면 안이든 밖이든 얌전해지는 고양이를 보면서 누구든 너무나 착한 성격이라고 말해줬다. 사실은 아니었다. 고양이는 우리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 앞에서나 얌전한 거였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 말이다.
집 문을 열면 반기고, 밥이 없으면 울고, 배부르면 자고, 하얀 배를 까뒤집으며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고양이는 죽어버렸지만 우리는 그 애가 저 있을 곳에서 잘 지낼 걸 모르지 않는다. 고양이가 죽은 날 밤에는 깨끗한 소쿠리에 고양이를 담아 하늘로 올려보내는 꿈을 꿨는데 그만큼 언니 집 고양이는 좋은 곳으로 잘 갔다. 길을 헤매지도 않고, 저 죽은 걸 모르지도 않고, 좋은 곳으로 올라 우리가 다른 짐승을 먹이나, 먹이지 않나 감시하고 있을 것이다. 두 번 다시 먹이지 않겠다는 이승의 약조를 지키나, 지키지 않나 부릅뜨고 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