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친구에게 새해 운세를 보내줬는데, 메일 내용이 어떻느냐에 따라 아주 긴 시간의 기분이 정해진다기에 이 대단히 머리 좋은 친구가 고작 내 메일 하나에 기분이 좋다가 나빠지는 거냐고, 도대체 내 혀에는 얼마나 잘 깎인 칼이 달린 거냐고 생각을 했다. 새해 운세 나쁘게 받으면 응당 기분 안 좋은 거 아니냐 생각하겠지만 내 친구가 고작 그런 말에 지는 애가 아니라서 그렇다.
나는 친구가 원숭이띠에 날도 머리 좋은 날에 태어난 게 종종 부러워서, 그런 머리는 타고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알아서 때로 그 친구를 두려워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첨예하게 보고, 너를 돌려도 보고, 위에서도 보고, 아래서도 봐 보고, 네가 어떤 사람인지 명명백백히 알아내어서 너라는 사람의 인생을 쓸 때는 단 한 줄의 오차도 없게, 명징하게는 네 마음을 다 집어삼켜 버릴 작정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이렇게나 모가 나고, 모르는 게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니까 제자가 되었을 거라고, 나는 이 삶에 조금의 군소리도 없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한 지 좀 됐다. 요즘은 마음이 편하다.
설하 언니 앞으로 기도며 굿이며 손님이 줄줄 들어오는데, 나는 언니가 이제 정말 날개를 달았다고 생각한다. 언니가 스물 하고도 일곱이 되었을 해였을까. 언니 선녀는 언니가 서른하고도 셋이 되면 세상에 이름이 크게 날 거랬는데 언니는 정말 작년께, 서른하고도 셋 될 때 이름이 나기 시작했다. 기도해달라, 굿해달라, 이 흉흉한 세상에 인간답게 살아보겠다고 언니에게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마다 나는 내 인생을 언니에게 의탁해도 되겠다는 아주 아주 게을러빠진 생각을 했다가, 언니가 안 될 때는 내가 더 잘 되어서 언니가 의탁해도 되게끔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밤하늘을 볼 때마다 열 번에 한 번은 별똥별을 볼 정도로 별과는 인연이 깊은 나는 별이 떨어질 때마다 언니가 오래오래 살게 해달라고 빌었다. 나는 부모도 없고 성격도 모가 나 친구도 없는데 언니는 꼭 내 옆에 있으니까 그랬다. 지고 돌아올 줄 모르는 내게 지는 법을 알려주고, 세상에 그럴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가끔 사기도 당하고 알면서도 모른 척해주는 게 인생이라는 걸 언니가 하나도 빠짐없이 마음에 다 적어줬다. 해가 떠 있으면 해가 떠 있다는 이유로 싫고, 달이 떠 있으면 달이 떠 있다는 이유로 싫었던 그 옛날에서도 언니가 나를 건져올렸다.
다음 주에 한 손님이 자기 집 대감 할아버지 모시는 굿을 한다. 제자가 되는 게 아니라 대감 할아버지를 대감 상자라고 불리는 함에 모셔 집에 두고, 가정 성불 보며 살아가는 첫 단추를 꿰는 일이다. 그 애는 ( 손님은 ) 정말 많이 아팠다. 나보다 나이도 한참 어리지만 할아버지 모실 거라고, 그래야 안 죽는 거 안다고, 할아버지 모셔서 자기 동생이랑 오순도순 잘 살 거라고 그게 무슨 심정인지 하나도 모르지 않아서 며칠 속이 쓰리다. 너는 잘 되기만 하라고, 눈에 안 보이고 안 들리는 사람 앞길은 우리가 다 도와주겠다는 다짐으로 지냈다. 그 애도 언니가 건져 올린 사람 중 하나다. 사람들이 언니 손에 자꾸만 더 살아간다. 이런 시간이 앞으로도 쭉 계속될 것이다. 병원도 양약도 들지 않는 세상이 어딘가는 있어서 언니가 꼭 필요하다고 지난 책에 적었다. 그 말을 다시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