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출근하는 것부터 얼마나 대단하나며

by 이윤우

은실 씩이나 사회 생활을 잘하는 사람을 본 적 없는데, 나는 그 애가 나와 나이도 같은 게 너무나 사회 생활을 잘 해서, 어떻게 저렇게 기분 나쁜 내색 하나 없이 일을 하나 싶어서 한동안 신기해했다. 은실은 정말 영리했다. 중소기업에서 디자이너를 오래 했다는 말은 디자인만 했다는 말이 아니다. 디자인을 포함한,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흔히 맡길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했다는 말이고, 은실은 그걸 다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그걸 매일같이 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기술이 은실의 무기였다. 은실은 머리 좋았으나 머리 좋다고 자기 입으로 말하는 법이 없었고, 일을 잘했으나 나 일 잘해요 자기 입으로 말하는 법이 없었다. 남들 입에서 은실씨는 머리가 좋고 일을 잘한다고, 더더군다나 웃을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게끔 굴 줄 알았다. 그런 계산은 아무나 못한다. 요즘 세상은 더더군다나 이걸 해내는 사람이 많이 없다.


올해 은실의 운이 좋지 않아서 한 해를 시작하면서 기도를 바짝 해뒀다. 은실이 이렇게나 영리하고 잘하는 사람인 것과 상관없이 운이란 건 안 좋을 때가 있다. 하늘이 그렇다. 무엇하나 야무지게 안 하는 법 없는 은실에게도 액운을 줄 때가 있다. 나는 액운이란 게 마냥 그 사람을 망하게 하는 운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미친 듯 달려온 사람에게는 잠시 쉬라고, 그렇게 더 가다간 곧 아파질 거라고 미리 주저앉혀 쉬게 할 작정으로 액운을 줄 때도 있고, 그렇게 돈 맛만 알다간 부모도 몰라볼 거라는 뜻에서 눈과 귀가 먹기 전에 옴팡 망하게 할 때도 있다는 거다.


이런 차원에서 행운이란 것도, 액운이란 것도, 마냥 좋고 나쁨의 차원으로만 볼 게 아니다. 올해 은실은 참다 참다 터져 홧병에 이르는 형국을 맞을 거였다. 은실이 그렇게나 참고 사는 게 많아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거였지만, 올해 운은 은실을 더 이상 참게 두지 않고, 사람과 싸우게 하고, 지키던 자리를 탈주하게 만들지도 몰랐다. 하늘은 은실을 쉬게 할 작정이었을 수도 있고, 은실의 참을성을 시험해 보려던 걸 수도 있지만, 뭣보다 은실은 돈을 벌어야 하니까, 잘 벌어야 하니까, 나는 은실이 모쪼록 잘 참을 수 있도록, 정확히는 무엇이든 빨리 잊게 해달라 빌었다. 무엇이든 참는다는 개념으로 진입하기 전에 그럴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마음을 비우게 해달라고 말이다.


도처에 은실이 있다. 여기도 은실이 있지만 당신이 사는 세상에도 은실이 있다. 괜찮다는 말이 입에 배고, 할 수 있다는 말이 습관이 되고, 밤을 새서라도 좋은 결과를 내지만 썩 기분 나쁜 내색을 안 하는 은실이들 말이다. 그러나 걔들이 진짜 괜찮아서 그러고 있는 건 아니다. 걔들은 비틀어진 모습으로 소비되는 스스로를 견딜 수 없는 독종이자, 갖은 생각으로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보이기 싫은, 예쁜 모습으로 사랑받고 싶은 약자들이다. 올해는 걔들을 좀 봐줘야 한다. 지금껏 잘했으니 앞으로도 그래줄 것 아니냐는 어엿한 기대를 걸기보다, 지금까지 얼마나 힘들었냐고 누군가는 말해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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