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원 기도는 보통 1년 단위로 받는데, 한 사람을 비는데 많은 품이 들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빈다는 점, 나아가 온전히 이 사람의 뒤를 봐준다는 맥락이기 때문에 기도가 들어오면 온 신경이 그 사람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
보통 굿은 덩어리가 큰 일들, 가령 힘센 영가가 붙어 사람을 아프게 한다든지, 돌아가신 분을 밝혀 천상으로 인도한다든지, 한 있는 영가를 풀어 좋은 곳에 보내드린다든지 하는 일이고, 기도는 그보다 덩어리는 작지만 일상에 집중할 수 있게, 돈을 모으게, 사사로운 것에 휘둘리지 않게, 시시 때때 피어오르는 욕심에 마음이 괴롭지 않게, 그러나 할 일에 집중해 가장 맑은 결과를 낼 수 있게 돕는 맥락이다.
어디 보살 집들 가시면 많이 빌어라, 많이 닦아라, 그런 말 들으시는 분들은 이렇듯 기도를 부치면 좋다. 보통 그런 팔자들은 마음에 사사로운 욕심이 불고,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을 자꾸만 만나 괴로운 지점이 많은데, 그건 운이 없어 이상한 사람들만 만나 그런 것만은 아니고 마음에 닦아야 할 얼룩이 많아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혹은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그것이 꼭 비틀어져 보이는, 얼룩져 보이는 맥락일 수 있다. 그 얼룩진 마음을 닦아가라는 맥락이 곧 많이 닦아야 할 팔자라 보면 이해하시기 편할 것 같다.
마음에 얼룩이 많은 건 당신 탓만은 아니다. 그렇듯 얼룩 잘 지게 태어나는 팔자들, 닦아야 할 팔자들이 있다. 그런 팔자들은 얼룩에 쉽게 물드는 성정을 지닌 만큼 겪어야 할 풍파가 많지만 반대로 그 풍파를 이겨내고 나아간다는 점에서 누구보다 강하며, 어느 날 그 얼룩을 닦아줄 수 있는 사람 만나 줄만 잘 잡으면 누구보다 맑고, 강한 사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살아가며 만나는 사람 가운데 유독 얼굴에 빛이 돌고 세상 근심 걱정 없는 것 같은 사람, 가진 게 그렇게나 많은 건 아닌 것 같지만 유독 그런 사람 있는 것 같다면 그자 역시 닦은 게 많은, 자신이 닦지 않았더라도 부모가 그 마음을 닦아준 사람일 수 있다.
닦는 건 꼭 기도를 부쳐서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스스로 욕심을 비우고자, 버리고자, 내 말이 곧 법이 아님을 알고자 노력하고, 나아가 내 자신을 직면해야만 하는 순간에 도망가지 않으면서도 해낼 수 있다. 나로 하여금 타자가 괴롭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덤이다. 그걸 잘하는 사람은 만나야 할 사람과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구분할 수 있고, 두 가지 마음에 휘둘려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정의할 수 없는 모호한 상황에 놓이지 않는다.
사람은 모두 자신을 닦아야만 한다. 얼룩이 잘 드는 팔자가 있을 뿐이지 얼룩이 안 드는 팔자는 없기 때문이다. 얼룩을 닦으려면 얼룩 있음을 인정해야만 한다. 고집, 아집, 스스로 옳다고 믿는 마음, 그런 게 실은 얼룩과도 같다는 사실부터 인정하셔라. 당신 고집이 맞았으면 당신이 일류여야만 하는데 아니잖은가.
병오년 벌써 이만큼이나 왔고 올해는 다른 사람 출세 보며 배 아플 일 많을 텐데 이 기회에 스스로를 닦자 마음 먹으셔라. 그 정도 고집부려 봤으면 내려놓는 것도 충분히 하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