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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토리 Nov 19. 2021

퇴사 vs. 출사

프롤로그|변명을 삼킬 것인가? 확신을 밝힐 것인가?

언젠가부터,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런 날들이 계속되니,

퇴사하고 싶다는 바람은 그래야만 한다는 의무감으로 돌변했고

모든 걸 불만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사직서를 써 봅니다.

그야말로, 명문입니다.

그 누구도 나의 퇴사 이유에 토를 달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기분이 언짢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항변을 해야 하지?


개인 사정. 아…… 이건 또 너무 싹수없어 보입니다.

사직서 문구 쓰는 것도 일입니다.

음…… 나중에 쓰기로 합니다.


신입사원 땐 영혼까지 팔 기세였습니다.

그리고, 15년이 넘는 동안 너무 많이 팔아먹었습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관두자 생각했습니다.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하나, 식구들을 생각하면 회사를 관두겠다는, 그 생각을 관두게 됩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흐릅니다.

아직도 팔아먹을 영혼이 남아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자존심 따위 잊은 지 오래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사표를 써볼까?


임금의 명을 받아 전쟁터로 나설 때

죽을 것을 알면서도 우국의 뜻을 적어 올렸다는 그 출사표 말입니다.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이지만

그 명을 따르겠다는 분명한 자기 확신이 있어야만 쓸 수 있었겠다 싶습니다.


얼마나 죽기 싫었을까?

얼마나 식구들이 걱정됐을까?

얼마나 관두고 싶었을까?


그래서, 썼는지도 모릅니다.


까짓 거, 관두면 그만입니다.

하나, 아깝습니다.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솔직히, 사직서 낼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출사표를 내보려 합니다.

마지막 자존심입니다.


어차피 영혼을 파는 건 매 한 가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생각과 태도는 조금 달라질 거 같습니다.


준비가 되면 반드시 사직서를 낼 겁니다.

그렇다면 뭘 준비해야 할까?

또 고민이 됐지만 나름 내린 결론은,

지금 내 일을 가지고 신나게 놀아봐야겠다는 겁니다.


오늘도 열심히 일합니다, 아니 놉니다.


사직서를 내는 날까지 출사표를 내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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