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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토리 Nov 22. 2021

입사 vs. 입문

자기성찰|회사에 안길 것인가? 업을 껴안을 것인가?

어느 회사 다니세요?


누군가를 판단할 때, 소속은 중요한 정보인 듯합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회사 이름이 나오면,

거두절미하고 탄성을 내뱉으며 인정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게 됩니다.


회사의 네임 밸류가 그 사람의 가치나 수준을 대변하곤 합니다.


저요? 저도 제법 괜찮은 회사에 다니게 됐습니다.

물론! 제 친구들은 훨씬 더 '대단한' 회사에 다닙니다.


처음에는, 소위, 쫄렸습니다.

제가 녀석들보다 공부를 좀 안 했거든요.

어쩌겠습니까? 이 회사도 힘들게 들어왔어요.

절 뽑아준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 다녀 보니 알겠더라고요.

녀석들이나 저나 사는 모양새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놓고 부러워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겠다 싶더라고요.


회사 이름이 거창할수록, 오히려 삶은 더 퍽퍽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개중에 만족하는 녀석이 하나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믿기 어려웠지만! 일이 재밌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녀석 연봉이 우리 중에 제일 낮아요.


무슨 일 하세요?


어느 회사 다니는진 명함에 나와 있으니 뻔하고,

요즘은 그 사람이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일은 그 사람이 존재하고 드러나는 영역이잖아요.


말투나 표정, 눈빛도 중요합니다.

태도와 자세는 자기 일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드러나는 증거잖아요.


소속과는 상관없이 일을 즐기는 분들이 있더군요.

한 마디로, 그 일에 제대로 입문한 거죠.

신기하게도, 그런 분들이 또 애사심이 넘쳐나요.


문득,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저는 성실한 직원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러니 회사에서 15년 넘게 꼬박꼬박 월급도 주지 않겠어요?

입사의 목표는 충분히 달성한 거 같아요.


하지만, 제 일에 제대로 입문했냐고 묻는다면

아…… 그 질문엔 대답하기가 망설여지네요.

최선은 다했지만 최고는 아닐뿐더러

즐기는 건 엄두도 못 내고 있으니까요.


난 내 일에 제대로 입문한 걸까?


그렇다면, 내가 지금까지 한 '일'은 뭐였지?

무슨 의미였지? 어떤 가치를 가졌던 거지?


이제라도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입사했으면, 입문해야지.

안겼으면, 안기도 해야지.


소싯적 존경하는 선배님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제부턴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해. 네가 이 일에선 최고여야 돼. 그러지 않을 거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마."


출사표를 내걸고 사직서를 준비한다면서,

인생 2막의 문을 제대로 열고 싶다면서,

아직도 회사 품에 안겨 안온함만 누리고 있었다니.


지금 하고 있는 일,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입문해 보려고요.


새로운 문 앞에 섰을 때 당당하게 열 수 있는 용기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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