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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작가 Apr 05. 2024

내가 홈스쿨링을 선택한 이유

나는 자유가 좋아

나는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않고 홈스쿨링을 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 홈스쿨링을 선택했던 이유를 주변에서 물으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학교 가기 싫어서요"


내가 다소 모범생(?)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 이 대답을 듣는 상대방 표정은 늘 한결같다.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띠용??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범생이처럼 학교를 잘만 다닐 것 같게 생긴 사람이 학교 가기 싫어서 홈스쿨링을 했다고 하니 적잖이 당황스러운가 보다. 그 표정을 나는 늘 즐기며, 때에 따라 부연설명을 한다. 그냥 넘어가도 될만한 자리면 말을 아끼고, 좀 더 궁금해하거나 진지한 답변을 듣길 원하는 사람에게는 솔직한 연유를 털어놓는다.


내가 홈스쿨링을 선택한 이유는 

1. 언니가 홈스쿨링을 먼저 하고 있었기에 영향을 받은 것도 있지만 

2. 나 스스로도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장소에서 시간표에 따라 진행되는 수업이 나에게는 재밌지 않았다. 물론,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의 학교생활 전부가 나에게 진부한 시간들은 아니었다. 어렸을 적 '착한 어린이 병'이 있었는지 나는 늘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학생이었고, 교우관계도 좋았다. 늘 주어진 것에 열심히 하는 편이었기에 성적도 준수한 편이었고, 상도 많이 탔다. 때문에 그로 인해 얻게 되는 보람과 만족감이 있었다. 겉으로 바라보기에는 누구보다 학교생활을 잘하는 바람직한 학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진행되는 수업이 나로 하여금 '굳이?'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획일화된 교육방식과 복사된 참고서 일부분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시간들이 '굳이 학교에서 배워야 돼?'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EBS 보고 공부하면 되지 않나? 오히려 EBS선생님이 더 잘 가르쳐주는 경우도 있었기에 학교에 가야 하는 필요성을 찾지 못했었다. 물론, 학교를 수업 들으러만 가진 않는다. 학교를 통해 사회규범을 학습하고 인간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또래 친구와의 결속력이 강한 시기이기에 오히려 수업은 싫어도 친구들과의 관계 때문에 학교를 가고 싶어 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성인이 된 지금 내가 홈스쿨링을 했노라 주변 지인들에게 말하면 지인들의 반응도 '난 친구들 때문에 학교가 좋았다, 야자시간에 몰래 땡땡이치는 재미가 있어서 고교시절이 기억에 남는다' 등이 주류를 이룬다.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전혀 동요가 되지 않는 것은 나는 고등학교를 진학했어도 땡땡이는 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 땡땡이치다 선생님께 걸려서 친구들과 함께 벌을 서는 등의 이야기는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나 스스로가 잘 안다. 귀여운 일탈(?)을 추억거리로 삼아 훗날 이야기할 일들이 나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저 가능한 눈에 띄지 않게 주어진 규칙 안에서 순응하며 내게 주어진 공부를 했을 것이다. 때문에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은 이미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습득한 것으로 이미 충분하다 생각했고, 공부 또한 나 스스로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여겨졌다. 


아마 고등학교 과정을 진학하였다면 정해진 규칙에 매여 사느라 내 삶이 더 억압되었을 것이다. 그 시절 나에게는 틀에 박힌 생활이 아니라 내 삶의 자유를 찾는 것이 더 중요했다. 지루한 수업을 듣느라 딴생각을 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할 땐 공부하고 놀 땐 놀면서 자유롭게 내가 설정한 시간표에 따라 삶을 살아가고 싶었다. 


홈스쿨링을 선택한 덕에 나는 자유를 이룰 수 있었고, 누구보다 내 삶을 잘 조절했다. 검정고시 합격을 위해 6개월 간은 항상 7시에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었다. 8시부터 시작해서 5시~6시 정도까지는 학교 시간표처럼 루틴을 세워 공부했다. 50분 공부, 10분 휴식을 가지며 공부해야 할 범위도 내가 설정하였다. '오늘은 어떤 과목을 어디까지 공부해야지. 검정고시 3개월 전부터는 기출만 회독을 계속해야 되니 이론은 언제까지 마스터해야지. 기출 회독은 몇 번을 해야지' 등의 학습목표 또한 내가 세웠다. 오히려 학교에서 공부할 때보다 숨이 턱턱 막히는 시간표였던 것 같기도 했기에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했나 싶다. 그러나 학교에서 하라고 할 때는 싫었던 그 루틴이 내가 스스로 설정하니 전혀 싫지 않았다.


6개월 간 나와의 싸움을 잘 이겨낸 덕에 나는 한 번에 검정고시를 합격할 수 있었고, 점수도 좋게 나왔다. 검정고시 합격이라는 소정의 목적을 달성한 이후 나는 매우 여유로운 나날을 보냈다. 잠도 실컷 자고, 드라마도 실컷보고, 정말이지 잘 놀고 잘 먹었다. 물론, 학교에 갔으면 또 그 나름대로 배우는 게 있었겠지만 나는 홈스쿨링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스스로 학습목표를 설정해서 공부하는 습관을 형성할 수 있었고,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의 양이 늘어남에 따라 건강한 인격을 형성할 수도 있었다. 오히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들을 습득할 수 있었다.


요즘에는 홈스쿨링을 하는 학생들도 많아졌고, 인식도 변화되었지만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과정을 패스했다고 하면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시선들이 있었다. 학교에서 사고를 친 것인가, 학교 생활에 적응을 잘하지 못한 것인가 등등. 실제로, 내가 홈스쿨링을 했노라 얘기하면 간간히 한 때 놀았었느냐 농담을 건네는 어른들도 있다. 물론, 이미 나라는 사람을 잘 알고 있는 분들이었기에 그런 말도 농담 삼아 던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장난 삼아 학창 시절에 대단했었노라고 거드름을 피우기도 한다.


이렇듯 내가 홈스쿨링을 했노라 얘기를 하면 반응은 크게 두 가지이다.


1. 대단하다

2. 학교생활을 하고 싶었던 적은 없느냐 


나는 홈스쿨링이 대단한 것이라 생각한 적인 한 번도 없는데, 일반적인 시선에서는 대단하다 느껴지나 보다. 성인의 삶에서 비교하자면 마치 직장생활을 하지 않고 사업을 선택하는 느낌이려나.. 이직을 할 때 면접에서도 항상 들어오는 질문이 그것이다. '홈스쿨링이라니, 대단하다. 선택한 이유가 있느냐'라는 질문. 아마 위 두 가지 반응이 나오는 이면에는 보편적이지 않은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한 도전의 대단함, 그 도전이 후회스러웠던 적은 없었는지에 대한 궁금함 정도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것은 새롭기도 하지만, 그만큼 위험부담도 따르는 일이기에 당연한 반응이라고 여겨진다. 이러한 반응에 나의 대답은 언제나 "좋았다!"이다. 


주변에도 보면 자녀들의 교육문제를 두고 엄마, 아빠의 가치관이 다른 경우가 있다. 홈스쿨링을 하고 싶어 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그래도 정규 교육과정은 받게 해야 된다는 부모도 있다. 둘 중에 무엇이 맞는지 정해진 것은 없다고 본다. 다만, 가치관의 문제일 뿐. 누군가 나에게 물어본다면 나는 언제나 홈스쿨링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다만, 그것이 당사자의 성향과도 잘 맞아야 하기에 무조건적인 홈스쿨링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누군가 나에게 홈스쿨링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 물어본다면 단언컨대 바로 답할 수 있다.


"홈스쿨링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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