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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작가 Apr 12. 2024

별다방을 사 먹을 수 있게 된 나이

지금도 매일 마시기는 부담되지만,

내 나이 30, 이제는 별다방을 사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모닝커피로 별다방을 들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되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대학원 시절, 학교 앞에 별다방 1호점이 있었어도 주머니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기에 쉽사리 사 먹지 못했었다.


17년도에 대학원을 입학했었는데, 딱 해당 연도에 별다방의 봄을 알리는 음료가 출시되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일명 슈크림라떼. 하도 인기가 있었기에 큰 맘을 먹고 슈크림라떼를 마셨던 시절이 아련하게 스친다.


주말에만 일을 하며, 주중에는 학업에만 전념했기에 대학원을 다니며 밥과 함께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는 여유는 나에게 없었다. 그로부터 약 6년이 지난 지금. 어느덧 식후에는 커피를 마시는 직장인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 별다방에 들려 커피 한 잔을 테이크아웃하여 출근을 하는 직장인이 된 것이다.


6년이라는 시간이 뒤돌아보면 한 순간인데, 곱씹어 보면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나기도 했다. 직장을 벌써 두 번이나 옮겨 지금은 세 번째 직장을 다니고 있고, 많이는 아니어도 청약과 적금이라는 것도 하고 있다. 


20대 초반에만 하더라도 내가 20대 중후반이 되면 결혼을 했을 것이라 생각했고,

20대 중후반이 되니 30대가 되면 뭔가를 이뤄 사회적인 성공을 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학자금 대출을 받을 때만 해도 10년 유예 대출을 해놓고선 

10년 뒤에 나는 이런 금액 정도는 상환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도 학자금 대출을 갚아나가고 있으며,

그저 별다방 음료 정도 여유롭게 사 먹을 수 있는 나이라는 것.


계란 한 판이라는 나이가,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나이이지만

인생에 있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 시기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30대라는 나이에서 보편적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적 기대가 있기에 그런 것일까?

직장에서는 대리/과장급으로서의 업무적인 퍼포먼스, 주변에서 들려오는 결혼소식, 연세가 들어가는 부모님 등


20대와는 다르게 고려해야 할 것들이 참 많다. 가끔은 공부만 하면 되었던 대학원 시절이 그립다. 지금도 솔직히 그때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30대 중반이 되면 지금 이 순간을 또 그리워할 나 자신이 너무나도 싫기에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나가고자 한다.


대학교 때 나의 인생 모토가 있었다. 


오늘 당장 죽더라도,
후회 없는 삶을 살자!

그래서 그때는 참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지금은 많이 변질되어 참 많이도 후회스러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지만 말이다.


대학생 시절 인생모토를 다시 회복하여 30대 중반이 된 상황에서는 지난 5년이 참 알찼다는 표현을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그래서 그때는 그저 별다방을 조금 여류롭게 갈 수 있게 된 나이를 넘어서서, 다른 표현으로 내 나이를 그려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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