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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미로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미로를 지나쳐간다.

by yun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미로를 지나쳐간다. 당장 빠져나갈 방법이 없어도 머리를 굴려 한 번 지나오면 그만큼 또 뿌듯할 수가 없을 것이다. 정해진 답이 없는 구불구불한 길 위를 오랫동안 헤매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도착지점 앞에 서 있는 경우가 많다. 결론적으로 세상 돌아가는 일이 다 그렇다. 끝나지 않을 수수께끼 같은 상황이지만 언제나 대부분 해결책은 주어져 있다.


다만 그것을 찾는 일이 마냥 쉬운 일이 아닐 뿐이다. 수차례의 궁리 끝에 겨우 찾아낸 해결책을 들고 또 그것을 시도할지 말지를 고민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훌쩍 지나가 있다. 보내버린 시간에 대해 후회를 하는 순간, 새로운 고민이 돋아난다. 이렇게 한 사람의 삶은 수없이 많은 고민과 해결로 가득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나라고 별다를 것은 없다. 24년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고민의 상황과 마주했고 그를 해결하며 살아왔다. 개중에는 남들이 듣기에 그게 무슨 고민거리냐며 싶은 하찮은 것들도 있을 것이고 누가 보기에도 당연하게 고민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인정하는 큰 사건들도 있을 것이다. 다채로운 고민 속에서 생각나는 것이 있다. 나 하나에 국한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이 중 나 자신에게 있어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경우는 전자의 경우가 많았다.


원체 부정적인 마인드로 살아오며 자연스레 우울함이 커졌다. 주변에 상담할 사람이 없어 감정을 숨기고 태연한 척 행동하기 일쑤였다. 가족들에게 말할 때마다 돌아오는 뻔한 답이 듣기 싫어 홀로 그렇게 결정을 내려버린 것이다. ‘네가 우울할 일이 뭐가 있어.’, ‘네 생각이 글러 먹었다.’, ‘뭐 그런 것 가지고 우울해하냐.’ 같은 소리를 들을 바에는 그냥 혼자 우울해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증상이 심각한지도 몰랐다. 병원은 갈 생각조차 안 해봤고 의지력이 없어 외부 상담센터를 알아볼 생각도 한번 해본 적 없었다. 작은 대화가 시발점이었을 거다. 주기적으로 달에 한 번 밑바닥까지 꺼지는 느낌으로 자기혐오를 해왔다. 그것을 보다 못한 주변 지인이 상담을 한 번 해보는 것은 어떻냐 추천을 해주더라. 이리저리 알아보다 내가 선택한 것은 학교 원스톱 상담센터의 방문이었다.

SNS가 아니라, 직접 대면 중인 타인에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은 처음이었다. 혼자 갈 자신이 없어 자주 이야기를 털어놓던 친구에게 함께 가달라고 부탁했다. 흔쾌히 가주겠다는 소리에 어느 정도 안심하고 처음 상담센터를 방문했을 때, 그제야 나는 펑펑 울었다. 여태껏 눌리고 쌓여있던 것이 무너지며 눈물샘도 봇물 터지듯 터졌다. 옆에 나를 안아줄 친구가 없었더라면 상담사분 앞에서 혼자 꼴사납게 울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혼자 숨겨왔던 것들을 털어놓고 타인에게 의지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그런 정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그곳에서 처음 새삼 깨달아 버렸다. 그러나 그 당시 가장 놀랐던 건 아마 오랫동안 내가 그래 주기를 바라고 있던 친구들의 마음을 엿본 게 아녔을까. 그 아이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속 이야기를 하는 타입이 아니라는 걸. 그래서 내심 걱정을 하고 있었나 보다.

결과적으로 나는 그가 계기가 되어 점점 더 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줄 아는 사람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종종 친구들을 직접 만나, 아니면 개인 연락을 통해 서로가 힘들었던 것들을 공유한다. 매번 돌아오던 차가운 답변이 아닌 따뜻한 공감의 한마디를 들었을 때 나는 비로소 누군가에게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에게 있어 크게 다가오는 것일수록 가끔 남들에게는 더욱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일단 타인의 시선을 따르지 말고 본인의 기준을 믿기를 바란다. 자기 일은 자기가 가장 잘 아는 것이니 자신을 믿고 행동하는 걸 추천한다. 눈치보다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지나쳐 영원히 미제사건으로 남기지 않기를 바란다.


결국 인생에서 마주한 미로를 빠져나오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도착지점을 찾아 그 밖으로 나가는 것은 자기 자신이 해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러한 과정에서 중간중간 주변의 도움을 받아도 괜찮다. 그러나 끌려가는 것은 안 된다. 해결책을 찾았다면 너무 고민하지 말고 도전해보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는 분명 당신을 도착지점에 다다르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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