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꾼다는 건 행복한 걸까?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

by 유옥

가끔씩 꿈이 삶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한다.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끊임없이 나를 유인하면서도, 쉽게 열매도 쥐여주지 않고 깊은 수렁에 빠트리곤 하니까. 차라리 "너는 안 돼"라는 사형선고를 받는 게 조금 덜 고달플까 싶기도 한다.


씁쓸했다. 철망에 갇혀 사는 것도 싫었고, 그렇게 바라던 마당에 머물 수도 없었다. 갈대밭의 보금자리도 버려야 했다. 오늘 밤이 지나면 또 떠나야 한다.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어. 소망을 간직했기 때문일까.'


이런 걸 보면 꿈은 가만히 마음 속에 품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다.

꾸는 것 만으로도 마치 내가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해주니 말이다.

그치만 꿈을 꿔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 작은 소망을 한번 품게 된 이상 절대 거기서 멈출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마주하게 될 것이다. 꿈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은 험난한 현실을.

<마당을 나온 암탉> 속 잎싹이처럼.


image.png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




시작부터 다소 비관적이었지만, <마당을 나온 암탉>은 결코 암울한 소설이 아니다.

다만 꿈을 이루기 위해 온갖 어려움들을 헤쳐 나가는 잎싹이의 모습에서 깊은 동질감을 느껴 마음이 조금 아팠다.


잎싹이는 좁은 양계장에 갇혀 품지도 못할 알만 낳는 암탉으로, 문틈 사이로 마당을 내다보다 한 가지 소망을 품게 된다. 바로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것. 그렇게 잎싹이는 용기를 내어 양계장을 탈출하고, 우연히 길에 버려진 청둥오리의 알을 품게 되면서 꿈을 이룬 듯 했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평온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굶주린 족제비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야 했고, 아기 청둥오리와도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했다.


이렇게 <마당을 나온 암탉>은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꿈과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잎싹이의 여정을 밀도 있게 그려낸 아름다운 동화다. 특히 어린이문학에서는 금기로 여겨졌던 '죽음'을 전면에 내세운 도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이러한 작품성을 인정받아 국내 창작동화로는 첫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제작돼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다 관객을 동원하였고, 뮤지컬, 연극, 판소리 등 다양한 공연으로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미국 펭귄출판사에서 처음으로 번역 출간한 한국 작품이자, 한국 작품 최초로 영국 서점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29개국으로 번역 출간하였고, 폴란드 '올해의 아름다운 책'등을 수상했다.



나는 책과 영화 모두 보았다. 책은 산뜻하고 감성적인 문체로 성장해가는 잎싹이의 모습을 집중해서 조명했다면, 영화는 등장인물과 줄거리에 살짝 변주를 주어 엄마 잎싹이와 아기 청둥오리 사이의 관계에 좀 더 초점을 맞춘 느낌이었다. 책과 영화 모두 서로 다른 매력이 있어서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내가 주목해서 봤던 건 잎싹이의 태도였다.

앞을 가늠하기 조차 막막한 상황 속에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굳건한 마음.

나약함과 강인함이 동시에 드러나는 모습이 무척 인간적으로 다가와 자연스레 감정 이입이 되었다.


복수는 커녕 허허벌판에서 살아갈 일을 생각하니 울음이 터지려고 했다.
하지만 부리를 꾹 다물고 참았다.

"맞서는 용기만 있다면 우리를 절대로 못 건드려!"


내게도 꿈이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글을 쓰는 것.

가끔은 재능도 없는 내가 분수에도 맞지 않는 꿈을 꾸는 것 같아 괴로웠다.

하지만 꿈을 이루는 과정은 원래 고통스러운 법이다. 이걸 인정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그리고 잎싹이의 모습을 보며 큰 용기를 얻었다.

나도 잎싹이처럼 꿈에 몸을 맡겨 이 현생 열심히 살아보고자 한다.

분명 어려움은 있겠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기회를 마주할 수도 있을 테니까.


꿈을 꾸는 게 조금 버거운 당신,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좋은 동반자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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