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얇은 동공으로 줌인한 순간들-
Zoom in
: 카메라가 (줌 렌즈를 써서 피사체를) 확대/축소하다
출처:Oxford Advanced Learner's English-Korean Dictionary
Zoom in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사진 한장을 서두로 올려본다.
#16.02.23 홍제천, 한강 다녀오는 길에
구석구석 비추는 보름달
#iphone5s
이 사진은 확대한 샷이다. 아이폰 Zoom in 기능을 이용한 어설픈 망원샷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 스마트폰 기술이 발달하여 줌인 기능을 간편히 쓸 수 있다 .
(물론 화질이 많이 깨진다.)
꼭 스마트폰이 아니더라도 사실 어렵지않게 일명 대포, 망원렌즈를 들고다니는 찍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필자 역시 이러한 세대지만 아직 마땅한 중급형 이상 DSLR과 렌즈들이 없다.
부끄러울 노릇이다.
그동안 다른 분야에서 공부하고 일을 하다가 뒤늦게 깨달았다고나 할까.
곧 직업을 그쪽으로 전향할 무모한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막연하기만 한 사진에 대한 호기심. 그 시작은 10년 전 아버지의 카메라를 손에 잡은 것이 발단이었다.
2005년부터 2016년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자동 필름 카메라-> 수동 필름 카메라->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로 넘어오며 급변하는 장비들의 진화를 엿보았다. 그에 반해 몸담았던 사진동아리는 80년대를 연상케하는 분위기였다.
가장 활발히 활동했던 2007,8년도에 동아리 내 암실에서 흑백필름을 현상하였다.
피큐액에 담궜다가 인화지를 흔드는 순간들에 전율을 느끼며, 다큐멘터리 사진집을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거기다 동아리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장비병에 빠지지 마라."
"일회용 카메라로 찍고 퓰리처상 받은 사진도 있다."
류의 사진 본질에 대한 조언들이었다.
심한 경우는 '블랙라인이 없으면 사진이 아니다'고 여겼던 선배도 있었으니..
그 역시 이제서야 허허 웃으며 과거를 털어내고 있다.
나 역시 다큐멘터리가 아니면 사진이 아니라고 여겼을 정도였다.
그렇게 20대 초중반까지 철두철미하게 담아둔 명제가 있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도
라이카 카메라와 단렌즈 하나만으로 '결정적 순간'들을 담았다.
이런 모토는 장비를 사지않던 자신에게 합리화가 되었고, 머지않아 변명과 어설픈 자기위안임을 알게 됐다.
짧게나마 상업 스튜디오에 어시스트로 일하면서 렌즈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자연광 하나에만 의존했던 찍사에게 프로의 길은 조명 광량 하나에 따라 완전 다른 사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깊이있는 빛의 세계를 맛보여 주었다.
이같은 경험을 토대로 이전에 찍은 사진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내 사진은 분명히 있지만 저 장면은 아닌 것만 같은..
찍고자했던 근원이 무엇인지 따라가다보니 부분을 보게 되었다.
부분과 전체
#11.01.08 그리스
#Nikon D5000
내 짧은 단렌즈로 꽉 채울 수 없는 소소한 장면들이 담겨있다.
동공으로는 이미 확대하여 시신경을 따라 머리속에 인지했는데, 딱딱하게 굳은 렌즈까지 당길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촬영할 때마다 찍고 싶은 장면들은 55mm 단렌즈로 포착한 '전체'에 담았다.
배경에 파묻어두었던 부분들, 지금와서 다시 줌인해 보기로 한다.
그리고 사진 속 이야기들도 함께 풀어본다.
커다란 프레임 속 '진짜' 순간들과 몇가지 주제들로 나누는 잡담인 셈이다.
브런치 독자들과 함께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