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화수요자 Nov 04. 2018

인류학적 접근으로 풀어낸 라다크 문명

‘오래된 미래’ /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문화인류학 서적으로 꼭 추천하고 싶은 책

이 책은 지난 글에서 말했던 논술 선생님이 추천해준 책 중 한 권이다. 이 책 역시 올해 들어 읽었으니.. 10년이 지나서라도 말을 듣는 착한 학생이 된 기분^^; 아무튼 인제야 읽지만, 이 책은 학부 때 읽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많이 든 책이다. 왜냐하면 문화인류학을 전공하면서 기본서처럼 읽기에 더없이 좋은 책 같아서다. 쉽고 가볍고 재미있게 접하기 좋은 책!


문화인류학으로 구분된 책은 아니지만 참여 관찰하면서 핵심을 꾸준히 붙잡고 가는 힘이 와닿았다. 대학생 때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면서 대체 이 학문이 뭔지 도통 감이 안 잡혀 개론서나 주요 서적을 열심히 읽었던 적이 있다. 그때 어려서도 그렇겠지만 허공에 대고 손을 휘저으며 잠자리라도 잡길 바란 기분? 그런데 이 책은 친절히 잠자리들이 모인 곳으로 데려가 주며 잠자리채도 손에 쥐여주는 듯한 기분이었다. 물론 그런 의도로 쓰인 책은 아니지만^^;




이것이 ‘참여 관찰’이다!

문화인류학 하면 말리노브스키, 레비스트로스 등 굵직한 학자들이 있다. 대학교에서도 이들의 이름을 4년 동안 귀에 못 박히도록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지은 저자는 문화 인류학자가 아닌 언어학자이고, 그런데도 인류학책으로 추천하는 이유는.. 문화인류학은 어디든 통용될 수 있는 기법이라고 감히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렇게 12년 가까이 참여 관찰하면서 (물론 50년 가까이 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온 결과물이 사회 부문에서 스테디셀러로 꾸준하게 거론되니.. 인류학도들만 읽는 게 아니라 더 뜻깊다고 생각한다. 환경운동 분야에서 관심 있게 보는 책이기도 하다.


‘오래된 미래’는 간략히 말하면 작은 티베트라 불리는 ‘라다크’ 지역에 간 서구 언어학자가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라다크의 정체성이 무너지는 현장을 보고하는 이야기다. 대부분 인류학자가 그러하듯 함께 먹고 살고 지내며 덤덤히 그들 모습을 짚어내는 이야기겠거니 했는데 그러면서 세계화에 대해 저자가 생각하는 바를 꾸준히 이야기한다.


책은 1부 전통, 2부 변화, 3부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로 구성되었다. 시간이 지나며 세계화가 어떻게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데 저자가 라다크로부터 배운다는 내용은 곳곳에서 묻어나왔다.


25 page / 나는 원래 행복했던 사람들이 서구적 규범에 따라 살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평온함을 잃어버리는 것을 보았다. 그 결과 나는 문화가 개인을 형성하는 데 내가 일찍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었다.


45 page / 그러나 라다크에서 검약은 이 사람들의 번영의 기초가 되는 것인데, 아주 다르다. 제한된 자원을 조심스럽게 쓰는 것은 인색함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것이 검약이 본래의 뜻, 즉 작은 것에서 더 많이 얻어내는 일이다.


59 page / 질병은 이해의 결핍에서 생긴다 - 라다크의 한 의원



제4장.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한다

본문 챕터명을 빌려와 본다. 모두 핵심내용이긴 한데 특히 와닿은 문장이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려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해주며 규범을 지키고 존중해줘야 한다. 인간이기에 그만큼 ‘인정’이 오가는 사이다. 뭐 한국만 정이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방금 영어사전에서 ‘인정’으로 검색해보니 비슷한 의미로 compassion(동정), kindness(친절) 등 그들의 언어로 표현되는 것이 있다.


아무튼! 라다크는 그들에게 최적화된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자연스레 현대화되며 서구 시스템에 젖어 들게 된다. 그들은 단적으로 이렇게 변한다.


108 page / 모든 사람이 우리처럼 행복하지 않단 말입니까? - 체링 돌마


128 page / 여기 가난 같은 건 없어요. - 체왕 팔조르, 1975년
당신들이 우리 라다크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린 너무나 가난해요. - 체왕 팔조르, 1983년


170 page / 현대적으로 보이고자 하는 욕망이 성장함에 따라 사람들은 자기들의 문화를 거부하고 있다. 전통음식조차도 이제는 그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못된다. 이제는 내가 마을에 손님으로 갈 때 사람들은 즉석국수 대신에 전통적인 보리빵을 내놓게 되면 내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함께’에서 함께가 과연 서구 문명에 맞춘 규범을 의미하는 걸까? ‘우리’에서 우리는 어느 집단까지 의미하는 걸까?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하고 라다크에서 보는 시선이 상반되었다가 하나로 맞춰지면서 충돌이 생겼다.


이건 사실 라다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인 얘기다. 그렇게 치면 고조선부터 통일신라 시대, 고려 시대, 조선 시대를 거쳐 지금까지 살아온 우리 역사는 또 뭐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우리는 현대화를 받아들이다 못해 내부에서 더 치열하게 거듭나기 때문이다.



하늘과 맞닿은 스카이 라인도 많이 바뀌었다.


갑분우리나라로 이야기가 돌아왔지만..!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그냥 시간에 맡겨야하는 문제 중 하나.


이 책을 읽으면 사회는 물론 개인에게는 과연 무엇이 중요한지 스스로 깊이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메인 사진 : 카페에서 이 글을 쓰며, 서울 성산동, 2018


*캡처나 출처를 밝힌 경우를 제외한 모든 사진은 본인이 직접 찍었고, 저작권은 본인(@yuoossoo)에게 귀속되어 있습니다. 불펌을 금지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밖에서 바라 본 내 나라 한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