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쓰게 된 진지한 변명
넌 끊임없이 자기계발 하는구나
너무 스스로 옥죄는 거 아냐?
제발 가만히 좀 있어봐~
집에서 쉬어보는 건 어때?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변명처럼 대답을 늘어놓는다.
“아 자기계발? 그런 건 아닌데;;”
“누가 시킨 거냐고? 아냐아냐!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가만히는 답답해..밖에 구경 다니면 안 될까?”
누군가 보기에 숨 막히는, 또는 안쓰러운 나의 행동들이 있다. 가끔 속도를 내며 몰아붙이기도 하지만 다 자의적으로 원해서 하는 것들인데도 말이다.
'이제 자리 잡았는데 뭐하러 그런 거까지 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 항상 오해를 없애려고 '내가 원해서'라 대답했다. 그런데 이 말이 딱히 와 닿지 않나 보다.
마치 수능 성적에 인생을 다 판단해버리는 수험생처럼, 또는 책꽂이에 자기 계발서만 있을 거 같은 취미, 치열한 경쟁사회에 스스로를 자학하는 인간상으로 보일 때가 있나 보다.
그래서 내가 하는 것들에 대한 매력을 얘기하려고 글을 쓴다. 매거진명 그대로 '끌려서 하는 것들'.
제목, 주제를 잡는데 한참 고민했다. '뭐라고 말해야 모두 풀어 쓸 수 있을까?', '쓰고 보면 중구난방일 수도 있겠다'라며 짐짓 결과만 예상하다가 시작조차 못해왔다. 그렇게 브런치에 마지막 업로드한지도 2년이 훌쩍 지났다. 이대로 글 쓸 의지가 사라질까 봐 약간의 강제성을 주고 매거진을 연다.
아, 내가 끌려서 하는 것들의 대부분이 '약간의 강제성'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혼자 힘으로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매거진도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며 여는 것!)
어릴 때부터 자기가 좋아해서 뭔가에 미친(?)듯이 빠진 사람들이 멋져 보였다. 그들이 하는 걸 똑같이 따라해 보거나, 습관이나 분위기 등을 비슷하게 바꿔보기까지 했는데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지기 일쑤였다. 심할 경우,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만 사로잡히기도 했다.
이런 나의 내적 갈등이 최근 들어 많이 사라졌다. 번아웃을 한번 겪고 나서 '하는 행위'가 중요한 게 아니고 '왜'하는지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뻔한 얘기지만 스스로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있다. '왜 난 그걸 하려고 할까?'에 집중하니 결국 끌려서 하는 것들만 남고 부수적인 건 모두 사라져버렸다.
'너는 그걸 왜 하니?'라고 누군가 나에게 묻는 것들이다.
- 기상 후 국민체조 (하면 확연히 다른 하루)
- 하루 30분~1시간 운동 (하면 에너지 채워진 하루)
- 한 달에 2~3권 독서 (마음의 양식)
- 독서 후 문장 수집 (고 3 수능 치고부터 10여 년 넘게 작성)
- 일주일에 한 번 영화 감상 (주로 왓챠로 시청)
- 독서, 영화 감상한 내역들을 일자별로 기록 (한번에 보기 위해)
- 일기 쓰기 (+매일 감사일기 3가지)
- 주간 개인 플래너 작성 (업무 외 내 시간 관리)
- 아이디어 노트 작성 (꿈부터 사소한 잡담까지 기록)
- 가계부 정리 (10년째 씀씀이는 그대로지만 소비 습관 확인용)
- 하루 15분 영어 원서 읽기 (Fluent in English 하고 싶음)
- 크리에이터 클럽 활동 (우리 집과 가장 가까운 소셜 살롱)
- 한 달 또는 두 달에 한번 전시회, 공연 보러 가기 (문화예술 전공 놓칠 수 없어)
- 피아노 배우기 (취미)
- 사이드 프로젝트 작업 (아직 주제 미완성)
- 인스타 부계정 운영하기 (갬성 충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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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더 적으려니 TMI가 되겠다..! 지금 쓴 건 현재 진행형인 것들이고, 과거에 했던 것도 함께 버무려 적으려 한다. 소소한 일상 얘기가 대다수겠지만 어떤 건 한동안 에너지를 쏟았던 일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 공감을 하거나 참고할 만한 내용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누구보다 날 위해 꾹꾹 눌러 담을 이야기를 이번 주부터 시작해본다.
헤더 사진 :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경주 황리단길의 어느 식당에서,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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