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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엽여비소엽 Mar 0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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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가끔 난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과연 세상에 가장 '믿을만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내 안에서, 내 밖에서 그것을 분주히 찾아다녔었지만


어디에서도 뾰족한 대답은 찾을 수 없었다.




어쩌면, 뾰족한 대답은 원래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때쯤에


자주 집 앞을 다니는 길거리에서, 전봇대에 기대 있는 꽃을 한송이 발견했다.


그 꽃은 뭔가 가냘파 보였지만,


수백 배 무겁고 커다란 전봇대가 옆을 지탱해주고 있었다.




그 꽃에게 전봇대가 어떤 의미인지 보다 편하게 해석하기 위해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단어들을 짜집어서 한 문장으로 만들 순 있겠지만


결코 그 꽃이 전봇대에게 갖고 있는 생각과 작용은 알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본 것은 결과일 뿐, 그 과정이 비어있기 때문에.




하지만 저 꽃이 생각하는 전봇대의 의미는 알 수 없었고,


내가 일컫는 꽃에 대한 전봇대에 대한 의미 역시 진실이 아닐지언정


내가 보고 있는 이 둘에 대한 모습 자체엔 거짓이 없었다.


어쩌면, 굳건한 어떤 '확신'을 얻기 위함엔


그것과 대조되는 모호함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을까?




난 이제 가장 믿을만한 사람에 대한 단서를 찾았다.


그러나 그것은 누구에게도 어울리지 않고,


누구조차도 잘 어울릴 수 있는 대답만을 떠올리게 했다.




'신념'


신념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믿고 있는 사람.


어딘가 위태로울지 모를 사람 간의 믿음이 앞선 사람보다


자신에 대한 존재가치를 확신하고, 스스로에게 부여된 자유의지를 존중하는 사람


그 결과 자신의 신념이 빚어진 사람.


그게 진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내게 믿음을 준 그 사람을 위해


나도 내 신념의 이해에 조금 더 다가가길 바라며,


나로부터 비롯된 누군가를, 아니 어떤 것을 향한 믿음이


누군가에겐 나를 믿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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