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적 감정
우린 수많은 자극 속에 노출되어 살아오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들은 환기되고, 삶에 녹아들어 우리 인생의 근간을 이루고,
누군가와 소통하는 도구로써 사용된다.
이러한 과정은 많은 위험에 우릴 노출시키지만,
동시에 그 위험들로부터 우릴 지키는 법을 알려주고,
'가장 위험한 것'으로부터 우릴 떨어뜨려준다.
근본적인 붕괴,
우리가 바닥 끝까지 내려앉아
더 이상 일어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면,
무엇이 우릴 그렇게 만드는 걸까?
감정이란 것은 누군가에게 우리 인생의 조각을 내 비춰주는 창문.
또 상대로 하여금 나와의 소통을 원활히 만들어주는 장치.
시시때때로 우린 감정의 파도와 맞물려 살고 있고,
평생을 함께해왔지만 결코 길들이기 어려운 그것.
언제나처럼 우린 우리의 주변을 통제하고 각색한다.
제어할 수 없는 감정은 제어가 가능한 형태로써 기억에 남게 되고,
그것에 대한 불안감과 위험요소를 제거하려 애쓰기 위해
주변과 나로부터 드러나는 자극들을 이용한다.
허나 그 자극들이 사라졌을 땐,
우리가 그토록 두려워한 진실들.
우리가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내 모습들.
느끼고 싶지 않았던 기분,
잊고 싶었던 과거,
이 애매한 칼날들은 소리 없이 주변에 스며들어
매섭게 우릴 위협한다.
자극은 우릴 괴롭히고 지켜주는 양날의 검이지만.
그 자극 속에서 안전하고 위험하게 자라온 우린
다뤄진 적 없는, 내 마음의 때가 타지 않은
근본적 감정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그것에 다가갈수록 우린 가진 것을 내려놓아야 하며,
그것에 가까워질수록 내 팔과 다리는 희미해진다.
우리의 인생과 삶의 목적은
애초에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
그 두려운 실체에 맞설 수 없어 온갖 이유를 만들어가며 회피하고,
그것에 다와 갈 때쯤 그것과 비슷하지만 다른 못으로 우리 심장을 찔러 멈춰서.
필사적으로 지켜나가야 할 숙명.
우린 어떤 감정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걸까?
우리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진짜일까.
왜 감정이란 것은 사라지지 못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