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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엽여비소엽 Sep 05. 2016

짚어보기(外)

기회

special thanks to 위 도 현








  혼란스러운 우리의 마음은 부지런하다. 초연하게, 격렬하게, 비관적으로, 감정과 함께 우린 삶에서 받은 자극들에 대응하고 동화된다. 그 속에서 우린 익숙해져 버린 자극들 너머로, 어떤 기적을 꿈꾼다. 또 그 기적들은 그리 특별하지 않은 모양새로 우리 곁에 존재해, 때때로 우리가 필요로 할 때. 혹은 우리가 더욱 미래에 가까워지려 할 때에 모습을 드러낸다.




기회(機會)




  누군가를 통해서, 혹은 우연인 것처럼 꾸며진 이 녀석들은, 시시때때로 우리의 빈 곳을 채우려 든다. 허나 우리의 마음에 이 녀석이 낄 빈자리가 없다면 눈에 띄지 않고, 빈자리가 너무 커져 애달프게 이 녀석을 찾아도 원할 때 나타나진 않는다.


  보통 이 녀석들은 우리의 통제 범주를 벗어나는 부분에서 등장한다. 성장을 돕기 위해, 혹은 막기 위해.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나타난 이 녀석들은 우릴 시험에 들게 한다. 한순간에 일어나는 그 모든 것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앞으로의 수십, 수백일을 책임지며, 이 단맛과 쓴맛에 적응된 몇은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혹은 피하기 위해 준비한다.


  이 녀석들은 우리에게 많은 걸 요구하지 않지만, 때때로 우리의 주변에 원치 않는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이 피해는 기회가 주는 보상에 비례해 커지기 마련인데, 기꺼이 그 거래를 응한 자들은 '기회주의자'로 불려지기도 한다. 자유로운 녀석들은 우리 삶에 자리 잡은 '관념' 과는 거리가 멀고, 일어났던 일들과 찾아간 사람의 능력에만 상호작용 하며 주위에 얽힌 사람이 많을수록 그 거래의 강도도 강해진다. 다채롭게 일어나는 이 기회들은 누군가를 선인(仙人)으로, 혹은 악인(惡人)으로 만들며, 이러한 결과 역시 주변인들을 통해 일궈진다.




상호작용




  이 녀석들은 우리의 삶을 관찰한다. 면밀히 우리의 생활패턴, 습관, 만나는 사람, 가는 곳 등을 분석한 후 적절한 시기에 삶의 형태와 맞물리는 거래를 제안한다. 허나 녀석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꺼려하는 이들이다.  그들에겐 기회가 나타나지 않는다. 아니, 나타난다 해도 알아채기 어렵다. 비가 오지 않고 햇볕조차 내리쬐지 않는 텃밭에 그 어떤 씨앗이 싹을 트고 싶겠는가.

  녀석들이 그저 모습을 드러낸다 한들 우리의 눈이 그들을 포착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가 원할 때 원하는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우리의 삶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은 맞으나, 그게 우리의 개인적인 소망과 바람에 위치하진 않는다. 이 '씨앗'들을 품기 위해 우린 텃밭 제공해야 하고, 이 텃밭은 마음가짐을 기반으로 삼는다. 뒤틀린 망상과 헛된 바람에 점철된 썩은 밭에 선, 그 무엇도 살아갈 수 없으니 말이다.


  다양한 형태로 우리와 함께하는 이것들은 단순히 찾아오거나, 찾아가는 정도로 여기기엔 너무 복잡하다. 가진돈이 많아야 그 큰돈을 굴려 남들과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돈을 창출해내듯, 기회를 맞이하기 위해 우린 상호작용에 유리한 많은 밑거름을 지녀야 한다. 또, 그들이 왔을 때 알아채기 위해 우리의 마음도 무언가에 눈이 멀어있지 않아야 한다. 어쩌면 기회란 건 준비된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살고 발전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의 그 삶을 증명하는 '무언가' 일지도 모른다. 녀석들은 기적처럼 우릴 찾아와 '필요' 가 되어주지만, 정작 녀석들에게 기대어 필요로 할 땐 나타나지 않으니까. 그저 우린 그들을 언제나 환대할 준비를 한채, 그저 우리 스스로와 주변에 집중하고 있으면 될지도 모른다. 그럼 녀석들이 알아서 우릴 찾아오게 될 테니.








기적과 우연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삶의 조각들이 맞물려 나타난 '업적' 같은 것.

허나 이 녀석들에 기대어 살아 눈이 멀어버리는 순간

우리의 퍼즐은 일그러지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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