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도 평범하지도 않은, 조용하게 별난 대학원생의 85일간의 제주산책
새벽 울음
눈 떠서 가장 먼저 듣는 소리는 바람 소리인데 요즘은 닭 울음소리도 아주 잘 들린다. 겨울이라고 닭이 울지 않고 늦잠을 잘 리도 없는데 왜 요즘 들어 잘 들리게 됐는지는 의문이다. 아마도 내 귀가 점점 열려서 그런 게 아닐까.
곧 동이 틀 거라며 목청 높여 우는 소리는 '꼬끼오'보다 '어이오'와 비슷하다. 마치 누구를 부르는 듯한 소리다. 수탉은 선녀의 날개옷을 훔치고 그를 속이던 끝에 결국 어리석은 결말을 맞이한 나무꾼의 환생이라던데, 나무꾼은 이제라도 자신의 잘못과 어리석음을 반성하고 있을까. 아니면 그저 그리움과 회한뿐일까.
새벽 울음을 들으며 일찍 집을 나서면 사람이 적은 길목을 새들이 채우고 있다.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새들을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학명을 알게 된 것은 아니지만 생김새를 보고 다른 종들을 구별할 수 있다. 몸집도 생김새도 얼마나 다채로운지. 내가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면 물이 아니라 공기가 70%는 될 법한 그 가벼운 몸들이 일제히 날아오른다. 그런 가벼움이 부럽다가 문득 곰이 먹다 남긴 연어를 뜯어먹던 육식 갈매기의 모습이 떠올라 아찔해지기도 했다. 왜인지 새들은 채식 동물이 아닌데 그렇게 착각되곤 한다. 무해한 이상을 그들의 날개에 대입하곤 해서 그런가 보다.
갈수록 그렇게 작고 연약한 것들을 사랑하게 된다. 크고 무거운 것들은 언제나 작은 것들 위에서 살아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늘 바다는 하루 종일 흐림
바닷가의 햇볕은 남다르다. 기온보다 일조량에 따라 낮 기온이 좌우될 정도이다. 어제는 봄이 온 마냥 아침 9시부터 한낮같이 더웠는데 오늘은 잔뜩 흐려서 간만에 습하긴 해도 기온에 비해서는 덜 덥다. 내일은 비가 온단다. 장대비가 내리고 돌풍이 몰아쳐 많은 것이 씻겨 내려가면 좋겠다. 농민도 어민도 많은 이 섬에서는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닐 테지만.
그래도 이렇게 흐린 날이면 잔잔하게 부딪혀오는 바다의 소리가 좋다. 유난한 사람이 아니라 잔잔하게 별난 사람이고 싶었던 나에게 어울리는 소리다.
오늘은 달리기 대신 걷기 운동을 했고 한 달 간의 운동 기록을 돌아보았다. 달리기는 온몸 운동이라는 말이 사실인가 보다. 허벅지뿐만 아니라 팔과 어깨, 등, 목이 다 탄탄해진다. 잠 못 드는 밤이면 조금쯤 단단해진 팔다리를 주무르는 게 습관이 될 것 같다. 거짓말 같지만 겨우 한 달만에 약간의 근육이 붙었다. 아마도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소실되었던 생활 근육이 아닐까 싶지만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