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도 평범하지도 않은, 조용하게 별난 대학원생의 85일간의 제주산책
낮은 낮
늦게까지 잠을 못 이루다가 겨우 잠들었는데 평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났다. 그래도 달리러 나갈 생각에 요가를 하고 하루를 계획하다가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는 김이 샜다. 오늘은 여기도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먼지가 좀 가라앉은 후에 나가거나 내일 오전에 달리는 것으로 계획을 바꿔야 했다. 가라앉은 기분으로 아침을 먹고 피로감에 누워있다가 그대로 선잠에 들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얕은 잠으로 아침을 보냈다.
몸이 단단해질수록 마음도 단단해지기를 바라는데 잠은 내 마음대로 조절하기가 참 어렵다. 병원에 가서 다짜고짜 저녁 8시부터는 그냥 잠들고 싶어요, 그런 약은 없을까요? 그랬던 적도 있었다. 그러고 받은 게 수면유도제였는데 9시에 먹고 10시 넘으면 잠들 수 있었다.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잠드는 그런 밤, 온갖 잡생각과 후회와 걱정에 뒤척이다 눈을 뜨면 아침이기만을 바라지 않아도 되는 밤은 축복이다. 운동도 규칙적인 생활도 깊은 잠으로 나를 이끌어주지는 못한다. 예전에는 꿈을 꾸는 게 좋았는데 요즘은 꿈이 달갑지 않다. 너무 악몽이 잦다. 약을 끊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좋은 꿈을 조금만 꾸고 깊은 잠에 들던 걱정 없던 나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런데 그랬던 날이 언제였더라, 초등학생 때?
그럼에도 바라고 바란다. 먼지가 걷히듯 내 안의 악몽들도 사그라들기를 바란다. 나갈 수 없다면 실내에서라도 운동을 해야겠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밤이 낮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창백한 달이 떠있어도 낮은 낮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