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노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ra Jun 16. 2018

취미가 뭐예요? 에 당당한 내가 되기

취업을 준비할 당시였다.

몇 차례의 퇴고 끝에 마침내 자소서 제출을 앞두고, 취미를 묻는 단 한 줄짜리 빈칸 앞에서 오랜 시간 망설이게 될 때가 있었다.


그깟 취미. 아무렇게나 쓰고 제출하면 될 것을.

혹여나 평범한 취미가 발목을 잡을까, 혹시나 특이한 취미가 플러스 요소가 될까. 쓸데없는 고민을 꽤나 오랜 시간 했었다. 그러다 문득 2n 년 사는 동안 이렇다 할 '그깟' 취미활동 하나 만들지 못한 내가 참 한심하게 느껴졌다.


물론 독서라거나 음악 듣기, 영화보기와 같은 것들을 답할 수도 있었지만, 뭐랄까 보다 정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는 '그럴듯한' 취미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취미활동이 반드시 그래야 할 필요는 전혀 없다)


취업 후에도 취미에 관한 고민은 계속되었다.

입사와 동시에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시대라는데, 퇴사 후에 나의 생업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생산적인 취미활동이 하나 만들어야지. 처음엔 이런 막연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취미활동으로 무엇을 할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것이 보통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것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는지 등 청소년기에나 고민했을 법한 아주 원론적인 질문부터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빈 캔버스와 마주한 화가가 느끼는 감정이 이런 것일까


나는 곧 나 자신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깨달았다. 내가 취미가 없었던 것은 시간이 없어서도 금전적인 여유가 없어서도 아닌 나의 취향에 무관심한 까닭이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했고 그것에 대해 깊게 고민할 필요도 못 느꼈던 것이다. 취향에 관해 기억에 남는 트위터 글이 있다.


취향을 아는 것은 꽤 중요하다. 취향은 단순히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끊임없이 나를 살피고 발견하고, 이해하고, 알아가는 일이다. 일상의 결을 다듬고 나만의 고유한 개성을 갖는 일.


진로에 있어서 만큼은 확고한 선호가 있었기에 야근과 주말출근을 불평 없이 기꺼이 할 수 있을 정도의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취미는 이것과는 별개다. 일의 성과와 효율성, 타인의 평가, 잘해야 한다는 압박 따위 없이 온전히 나의 선호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 나라는 존재에 다채로운 색을 더하고 삶을 보다 풍성하게 만드는 일.  


그렇게 '나에게 꼭 맞는 취미활동'을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