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괜찮아지기 위해, 나는 강아지를 본다

우울할 때 마음을 달래는 가장 빠른 방법

by 유라

매일을 버티다 보면 괜찮아지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진다.

지친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 위로를 찾게 되는 날도 많다.

요즘의 일상은 보통 이렇게 흘러간다.

일을 끝마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냉장고를 연다.

한참 냉장고를 들여다보며 오늘은 나에게 뭘 먹일지 생각한다.

꽤 수고스러운 하루를 보내 저녁은 나를 위해 신경 써서 요리를 해볼까 생각하다 빨리 먹고 쉬고 싶은 생각에 대충 빨리 해 먹을 수 있는 재료 몇 가지를 꺼내 도마 위에 올린다.

빠르게 조리 수준의 음식을 하고는 밥을 먹기 위해 머리를 질끈 묶는다. 밥을 먹으며 함께 할 영상도 빼놓을 수 없다. 몇 분 정도 뭘 볼지 뒤적이다 딱히 원하는 영상이 없어 근처에 보이는 20분 정도 길이의 예능 영상을 클릭한다. 그리고는 웃다가 말다가 하며 밥을 먹는다.

배가 불러오니 졸리기도 하면서 바닥과 합체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치워야 할 식기들을 뒤로하고 핸드폰을 켜서 게임을 해준다. 약간 엉덩이가 뻐근할 때 즈음 시간을 확인해 보니 20분 정도가 지나있어 10분 정도만 더 하고 치워야지라며 게임을 지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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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하고 있는데 느낌이 이상해 시계를 다시 확인해 보니 한 시간이 훌쩍 흘러있었다. 부랴부랴 식탁을 치우고 내일을 위해 씻고 책상에 앉았다. 개인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 마구 떠올라 하나씩 해치운다. 그러다 새삼 일을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다는 것에 기분이 퍽 다운됐다. 일은 계속하고 있는데 끝이 없는 느낌, 시간이 늦어 결국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 퍽 불편했다. 아직 끝내지 못한 마음을 두고 잠에 들어야 한다는 것이. 기분이 다운되면 손에 잡힐 것도 잡히지 않아 불편한 느낌이 들어 인터넷에 '강아지'라고 검색한다. 그러면 수많은 강아지 영상들이 떠오르며 순간적으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짧은 영상, 긴 영상 할 것 없이 보이는 대로 들어가 강아지 영상을 본다. 5분, 10분 정도 보고 있으면 그제야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검은 두 눈에 복슬복슬한 털,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사뿐히 뛰기도, 전력질주로 뛰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 순간 몰입이 되어 어떤 복잡한 일이나 걱정이 떠오르지 않는다. 간혹 가다 봐도 봐도 부족하면 아기 강아지 몇 마리가 함께 모여있는 영상을 본다. 주인이 대야에 밥을 양껏 주면 6,7마리 되는 아기 강아지들이 대야를 둘러싸고 본인이 더 먹겠다며 자신의 크기와 똑같은 강아지의 올라타기도 한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입 주변에 음식이 살짝씩 묻어있는 것을 보면 세상 걱정이 다 사라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루에 해야 할 것들이 많은 세상이다. 씻고 일하고 밥 먹고 운동하고 사람도 만나고 스스로를 챙겨야 한다. 그러다 보면 시간에 쫓긴다는 느낌이 들어 정작 앞에 것들을 하다 보면 나를 챙기는 시간은 점점 미루게 된다. 그래서 빠르게 괜찮아지기 위해 나는 강아지를 본다. 그러면 내 기분을 조금은 챙길 수 있다.

강아지 영상을 보고 나면 시간은 흘러있고 해야 할 것은 여전히 남아있다. 강아지를 본다고 해결되는 것은 잠시잠깐의 나의 기분뿐이다. 영상을 끄고 나면 언제 웃었냐는 듯 다시 기분이 다운되는 것도 부지기수다.

그래도 가끔은 영상을 보고는 힘을 내기도 한다. 강아지는 나의 기분이 제일 빠르게 업 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본인을 챙길 시간도 빠듯한 이런 시간에, 나는 강아지를 본다.

완전히 나아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오늘을 무사히 넘기기 위해서.


그것이 지금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빠른 위로이기 때문이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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