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나보다 중요한 것은 없는 걸 알지만

by 유라

아주 많은 곳에서 이야기한다.

나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하지만 애석하게도 현실에 실천하기란 어렵다.

회사를 다니는데 상사가 힘들게 하면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회사를 그만두어야 한다. 매일 회사에 출근을 하면 나를 막대하는 상사를 마주치기에 그때 느끼는 스트레스는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회사를 그만둘 수 있을까? 다양한 이유로 회사를 다니지만 통일되는 이유 하나는 먹고살기 위해서다. 꽤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다닌다. 그렇기에 당장 회사를 그만둔다면 먹고사는데 문제가 생긴다. 그러니 당장 그만 두지 못하고 나를 회사에 놓을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퇴근 후 맛있는 것도 먹어보고, 술도 마셔보고, 나를 위한 선물이라며 돈을 쓴다. 그러다 한계가 오면 이것들도 통하지 않는 때가 온다.

그러면 나는 회사를 어떻게든 다니기 위해서 병원을 간다. 필요하다면 상담을 받으러 가기도 한다.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고, 상담을 받으면 당장 어느 정도는 나아짐과 동시에 돈이 빠져나간다.

이렇게 되니 나를 챙기는 것이 어렵다.


과거에 우울증이 악화된 적이 있다. 그때 당시에 나는 일이 너무 잘 풀리고 있었지만 우울증이 가장 심했을 때였다. 혼자 어떻게든 나아지려 갖은 노력을 해봤다. 상담도 받고, 요리도 해보고, 술도 마셔보고, 산책도 해보고 쉬는 날 동료들과 놀러도 다녀봤다. 하지만 별로 나아지지 않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증상이 더 심해져 출근을 하지 않는 날에는 일어나자마자 술부터 찾았다. 취해있지 않으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려워 계속 누워있었다. 어떤 노력도 점점 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진행하던 모든 일을 멈추고 본가로 돌아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계속 누워있고 배가 너무 고프면 그제야 일어나서 꾸역꾸역 밥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침대로 돌아가 누워있다가 자다가를 반복했다. 꽤 오랜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가족들은 내가 혹여나 어떻게 될까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니 아주 천천히 차츰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일을 정리한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더욱이 원했던 일이었기에 그것을 뿌리친다는 것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계속 어떻게든 끌고 가다 끝을 만나니 그제야 온몸이 찢겨 너덜 해진 내가 보였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니 더 이상 일어날 수 없는 나밖에 남지 않았다. 다시 일어날 때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지금도 다시 그때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평생을 노력해야 하는 몸이 되었다. 지금도 가끔 돌아갈까 봐 두려운 마음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은 나를 제일 아끼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물어본다면 그렇다고 얘기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를 아끼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사회에 나가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고 그것은 나를 힘들게 한다.


대신에 지금의 나는 내 말을 아주 잘 듣는다. 조금이라도 피곤하거나 뻐근한 곳이 있으면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스트레스를 하거나 눈 운동을 해주면서 몸에게 잠깐의 휴식을 준다. 모든 일을 하려 하지 않고 꼭 해야 할 일을 선택해서 집중한다.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을 꼭 만들어준다. 그때는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핸드폰을 죄책감 갖지 않고 편하게 할 수 있다.

잠이 오면 주저 없이 잠에 든다.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도 5분, 10분이라도 책상에 엎드려있거나 눈을 감고 있기만 해도 조금은 나아진다.

기분이 다운되는 것을 최대한 막아본다. 건강한 음식을 먹은 뒤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이후에는 단식을 하기도 한다. 최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기 위해 핸드폰을 들지 않고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기도 한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연락을 해 약속을 잡기도 한다. 만나서 어떤 말이 되었든 간에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되기도 한다.

하루를 열심히 보낸 스스로에게 침대에 누워 칭찬도 한다. 잘했다고, 하루를 보내느라 수고했다고. 마음 편히 쉬고 자자고. 스스로 만족이 될 때까지 칭찬도 해준다.

나를 아끼는 방법에 대해서 따로 배우지 않는 한 알 수 없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힘이 빠지고 상처받기 쉽다. 조금이라도 덜 상처를 내기 위해서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소용없어질 때는 결단이 필요하다. 환경을 바꿀 결단, 이것은 결코 쉽지 않지만 나를 지키는 필살기와 같은 것이다.

부디 각자의 환경에서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적당히 힘들어서 조금만 힘을 내도 잘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결국 제일 중요한 건 '나'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가끔은 지키지 못할 때가 있더라도,

'나'를 잊지 않기를 바란다.

잊지 않고, 꼭 붙잡아서 괜찮아지기를 바란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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