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할 때 기대가 있었던 날이 있었다.
오늘은 조금 나아질까, 좋은 일이 하나쯤 생기지 않을까, 어제보다는 덜 힘들지 않을까 하는.
그런데 기대는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든다.
잘 풀리지 않으면 실망이 따라오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괜히 하루를 잃어버린 기분이 든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기대를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했다.
좋은 일이 생기면 다행이고, 아무 일도 없으면 그냥 아무 일도 없는 날로 두기로 했다.
처음에는 그게 패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꿈을 줄이는 것 같았고, 의욕을 포기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기대를 낮춘 게 아니라 내 마음을 보호한 거였다.
하루를 잘 보내겠다는 다짐 대신 그냥 하루를 넘기겠다고 생각하는 것.
잘 해내겠다는 목표 대신 무너지지 않겠다는 선택을 하는 것.
생각보다 많은 날들이 이 기술로 버텨진다.
아무 일 없었다고 자책하지 않는 것.
대단하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않는 것.
기대 없이 보낸 하루는 초라한 하루가 아니라 조용한 하루다.
그 조용한 하루는 사실 꽤 괜찮은 하루다.
세상이 바뀌지 않아도, 누군가 나를 인정해주지 않아도, 오늘을 무사히 지나왔다는 사실 하나면 충분한 날도 있다.
기대를 비워두면 실망이 들어올 자리가 줄어든다.
대신 그 자리에 작은 안도감이 들어온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네, 그래도 나는 여기 있네.
어쩌면 기대 없이 하루를 넘기는 기술은 삶을 포기하는 법이 아닌 삶을 오래 가져가는 법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잘 넘겼다.
그 정도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