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질 거란 말이 싫은 이유

by 유라

괜찮아질 거야.


위로라고 건네는 말이라는 걸 안다.

나를 걱정해서, 나를 살리고 싶어서 하는 말이라는 것도 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은 위로보다는 압박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괜찮아질 거라는 말은 지금의 나는 괜찮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동시에 괜찮아져야 한다는, 꼭 깨야만 하는 퀘스트를 수락한 느낌이 든다.

물론 위로의 말이 다양하지 않기에 그 말을 해준 상대방의 마음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괜찮아질 준비가 안 됐는데.


사람들은 결과를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얘기한다. 다들 그렇게 살고, 다들 그렇게 힘들다고 한다.

너만 온 세상 짐 다 짊어진 것처럼 힘든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괜찮아질 것이라는 미래의 말 대신 지금의 말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럴 수 있지.

안 괜찮아도 돼.


이 말들이 해결책은 아니지만 묘하게 숨을 틔워줄 때가 있다.


나도 옛날에는 힘들다는 친구들의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친구의 말을 들어주기보다는 조언을 한다거나 힘내라는 말로 상황을 넘겼던 적이 많다.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몇 마디 얹은 거였는데 지금은 힘들다고 얘기하면 내 입을 꾹 닫고 끝까지 듣기만 한다.


괜찮아질 것이라는 말은 터널 끝의 빛을 보여주지만 나는 그 터널 안에서 어딘지도 모르고 방향도 못 잡고 있는데 빛을 찾으라고 떠미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괜찮아질 것이라는 말이 싫은 이유가 희망이 싫어서가 아니다. 희망은 좋지만 의무감이 되는 순간 또 하나의 숙제를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금 울고 있는데 웃어야 하는 사람처럼, 지금 주저앉아 있는데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사람처럼. 어쩌면 우리는 너무 빨리 다음장으로 넘어가려 한다.

괜찮아지는 데는 각자만의 속도가 있다. 어떤 사람은 몇 초, 어떤 사람은 몇 분, 몇 시간, 며칠, 혹자는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그 말은 각자의 속도를 존중하지 않고 하는 말과 같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아직 그 감정을 다 읽어내고 소화하지 못했다. 말끔히 소화해야 다음 음식도 더 즐겁게 먹을 수 있는 것처럼 감정 또한 그렇다.


지금 네 마음 그대로도 충분히 괜찮다.


사실 대부분은 알고 있다.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옅어진다는 것을. 그렇다고 오늘의 힘듦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가볍게 넘겨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 누군가에게 쉽게 이 말을 하지 않는다.

괜찮아질 거야.

대신 이렇게 묻는다.

많이 힘들어? 얼마나?


안 괜찮은 모습, 힘든 모습, 지쳐있는 모습 모두 나이니까.

괜찮아지지 않아도, 오늘은 그냥 여기까지여도 괜찮다.


화, 목 연재
이전 13화기대 없이 하루를 넘기는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