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졌지만 다시 앉은 순간

by 유라

어떤 날은 심하게 무너지는 날이 있다. 겉으로는 티는 나지 않지만, 속에서는 크게 촘촘히 무너진다.

보통날과 같았다. 갑자기 큰 사건이 있지도 않았고, 누가 크게 상처를 주지도 않았다. 그냥 매일 버티다시피 자신을 끌고 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동시에 내려앉아버렸다.

괜찮은 척, 할 수 있는 척하고 계속 괜찮다고 말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에 이런 신호를 보낸다.


더는 못 하겠다.


그럴 때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먹고살아야 되는데 뭐 어떡해.

다들 그러고 살아.

그래도 일어나야지.


이 말들은 화살과 총이 되어 마음을 찢어버린다.

이미 무너진 사람에게 일어나라는 말은 사지가 잘린 사람에게 뛰고 물을 마시라는 것과 같다.


아주 옛날 마음이 아팠을 때 가족 중 한 명이 우울증이라는 것을 잘 이해를 못 했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보통 이해했던 우울증은 나태하고 할 짓이 없어서 걸린다는, 밥을 끊어봐야 정신을 차린다는 말을 들었을 때다.

아무것도 못하고 매일 누워있던 나에게 어느 날 내 어깨를 잡고 앞뒤로 흔들며 말했다.


이게 최선이니? 이렇게까지 밖에 못해?

왜 이러고 있어?


지금은 마음속 깊이 이해하지만 당시에 받은 상처는 한 생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과 같았다.

그런 일이 있고 난 이후로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얘기한다.


일어나지 못해도 괜찮다고,

다시 앉는 걸 조금씩 시도해 보자고.


완전히 무너진 날에는 일어나는 것조차 그렇게 버거울 수가 없다. 그런 나에게 채찍질보다는 그런 마음을 이해해 주고 친절하게 대해줬으면 좋겠다.

무너졌을 때 필요한 건

이딴 것도 못해? 뭐 하냐?

이런 말이 아닌

지금 앉기도 많이 힘들구나. 지금은 누워있다가 조금 괜찮아졌을 때 앉으려고 시도해 보자.

이런 말을 본인에게 해줬으면 좋겠다.


별 것도 아닌 것 같은 그 일은 기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종종 너무 큰 기준으로 자신을 삿대질한다. 남들 다하는데 이런 것도 못한다면서, 이것도 못하면서 어떻게 살 거냐면서. 다시 완전히 일어나서 흠 없이 잘해야 하고 버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이 무너지는 속도만큼 회복이 빠르기는 어렵다.

괜찮아지려면 각자 필요한 시간이 다르다.

그러니 앉은 것만으로도 너무 충분하다. 다시 앉았다는 것은 포기하지 않았다는 거니까.

그 순간은 분명 꽤 대단한 순간이다.



화, 목 연재
이전 14화괜찮아질 거란 말이 싫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