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
반려 동물이 생기니 일상 시선이 조금 더 디테일해진다.
한 무심한 인간에서 세심한 인간으로, 강아지의 시선을 배우고 강아지의 기호를 살핀다.
이를테면 우리 집 바닥은 타일마루인데 표면이 조금 거칠거칠한 타일이다. 반려견 입양이 결정되면서 우리는 이 타일이 거치니까 강아지가 오면 미끄러질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달랐다.
대리석과 마루, 타일마루를 모두 포함해서 강아지는 잘 미끄러진다.
이렇게 미끄러지면 관절에 좋지 않고 슬개골 연골연화증이나 탈구에 걸리게 된다. 증세가 심해질수록 수술을 해야 하는데 우리 집 강아지는 너무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쳐서 저 작은 몸을 주체를 못 하고 뛰어다니고 미끄러지며 의자 다리에 머리를 부딪히거나 한발 내딛다가도 그만 미끄러지기 일쑤인지라 벌써 걱정이 깊다.
뛰거나 두 발로 서지 못하게 하라는데 어떻게 그걸 말릴 수 있나. 개의 본능인데.
그러다 보니 고민이 깊어지고, 강아지에게 좋은 러그나 매트를 찾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강아지가 선호하는 사료, 장난감에 대해서도 그의 취향을 유심히 살피게 된다.
집에 온 첫날 저 아이는 밥을 너무 안 먹어서 마음을 놓고 적응이 될 때까지 밥을 먹지 않는 것인가 싶었다.
그러나 이게 무슨 일이람. 너무 걱정스러워 견종 전용 사료로 바꾸고, 습식 건식을 섞고, 물에 불리고, 간식도 하나씩 주기 시작하니까. 그동안 단지 입에 맞지 않아서 밥을 먹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우리 강아지가 사료에 까탈스러운 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물며 장난감도 그의 취향에 맞게 갖고 논다.
사람인 나도 취향을 갖는데 강아지라고 취향이 없을까.
내 생각이 짧았다는 사실과 함께 이 강아지를 관찰하며 그의 선호와 기호를 살피는 내 모습에 웃음이 난다.
하루에 몇 번 소변을 보고 대변을 보는지. 상태는 어떤지. 밥은 몇 분만에 먹는지. 숨은 고른지. 기침이나 콧물은 나지 않는지. 왜 갑자기 숨이 거칠어졌는지, 재채기는 왜 하는지.
이 작은 것, 말도 못 하는 강아지의 일상을 살피느라 내 일상은 대혼란에 우왕좌왕이다.
정신없고 덕분에 낮에 일을 못해서 밤늦게까지 야근은 필수가 되었는데 그래도 꽤나 신기하고 즐겁다.
친해져 가는 게 느껴지는 것도, 강아지가 나에게 몸을 기대고 내 얼굴과 손을 성심껏 핥아주는 것도 좋다.
무해한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고, 나에게 터그놀이를 하자며 내 몸에 손을 삭삭 긁어오고, 기분이 좋으면 해맑게 웃는 것도 너무 좋아져 버렸다. 사실 세상 피곤하고, 계속 신경 쓰이고, 끊임없이 챙겨야 해서 순간순간 한숨이 푹 나오기도 하는데 그래도 너무너무 좋다.
자그마한 강아지를 알기 전과 후로 일상이 전혀 바뀌었다.
단 며칠 만에 네가 우리한테 와서 생긴 변화가 신기하다.
벌써 사랑인가 보다. 어쩌면 이미 처음부터였을지도 모른다.
자꾸만 너의 디테일을 살피는 내 시선. 이것도 참 좋다.
너를 바라보는 나의 디테일이 보다 세밀해져 네가 더 행복하고 편안하길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참 행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