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일기

시험관

by 유르기니 Yurgini

올 하반기에 접어들며 배우자와 나는 가족계획을 세웠다.

결혼 3년 차, 우리 둘의 나이가 30대 중반이 되었을 때 너무 늦지 않게 새 가족을 만날 준비를 해보자는 것.


작년 산전검사에서 이상이 있음을 알고 있었고 때문에 올해는 다시 결심이 서자마자 지체 없이 난임 병원을 되찾았다. 1년간 건강관리를 하며 몸을 만들어오고 있었기에 한 번 더 산전검사를 하고, 여전히 결과가 같다면 시험관을 시작하는 것이 우리의 약속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난임부부 지원을 받아 시험관을 시작하게 되었다.


시험관. 마음먹기도 쉽지 않은데, 시작도 쉽지 않은 것.

모체의 건강과 상태에 따라 워낙 민감하게 작용하는 것이라 시험관의 시작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내가 건강하다면, 시험관은 비교적 저 차수인 1-3회 차 안에 임신이 된다는 말을 들었다. 난 건강하니까. 금방 되겠지, 그런 생각이었는데 임신을 위해서는 몸 상태는 평범한 일반 상태에 비해 더 건강해야 했다.


첫 번째 시도는 새로 산전 검사를 받고, 다양한 수치 검사를 위해 밀렸다.


두 번째 시도는 피검사 결과 갑상선 수치가 일반 평범한 수치에 해당했지만, 임산부 기준으로는 높아서 시도하지 못했다. 이에 가정의학과와 연계하여 갑상선 수치 조절을 위한 검사를 받고 수치 조절 약을 먹기 시작했다.


세 번째 시도는 난소에 혹이 생겼다. 여성의 생리 기간 동안 자궁이나 난소 내에 혹은 생기기도 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선생님도 우리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피검사를 진행하고는 시험관 주사까지 받아서 집으로 가고 있었는데, 피검사 수치가 비정상적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에스트로겐이 이전 평균 수치에 비해 10배나 폭등했단다. 이런 비정상적인 수치일 땐 시험관을 진행할 수 없어서 이번에도 시험관 시도는 실패. 연락을 받자마자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받았던 시험관 주사를 반납하고, 대신 피임약을 처방받았다. 난소의 혹을 없애면서 다음 생리를 빠르게 유도하기로 했다.


여기까지가 지난 세 달간 겪은 일이다. 보통 시험관 시도는 여성의 생리 2-3일 차에 시작되고, 이 시기에 몸 상태와 각종 수치를 체크하여 안전하고 건강하다고 생각될 때 시험관을 시도할 수 있다.


내가 건강함에도 이런저런 상황으로 세 번이나 시험관을 밀리고 나니 이게 정말 시작될 수 있는 건가… 이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시험관 시도조차 어려우면 시험관에 들어가서는 얼마나 예측불허의 상황이 많을까. 임신을 결심하기도 쉽지 않았는데, 시작하기도 쉽지 않으니 난감 그 자체였다.


세 번의 시도가 허무하게 무산되고 지난 토요일에 다시 네 번째 시도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그제야 시험관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다. 최상의 몸상태를 이제야 만났구나.

그렇게 자가주사를 받고, 왜인지 모를 떨리는 맘으로 집으로 돌아왔고 다음날부터 하루에 한 대씩 배우자와 어설프게 자가주사를 놓으며 첫 시험관을 시작했다.


주사를 싫어하는 내가 자가주사를 맞을 생각을 하다니. 참 인생은 모를 일이다.

뜻밖의 반려동물도 생기고 이제야 시험관도 시작하고 이번달엔 또 어떤 예측불가한 일이 있으려나.

떨리고 어색하고 낯선 감정으로 이번달을 보내게 될 것 같다. 그럼에도 잘해봐야지.

언제나 나다울 나 이번 달에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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