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9-13
역시 동선이 겹치니 한 번은 만나겠다 생각은 했었는데...
쏜살같이 내 옆을 지나가는 그의 차를 보고 말았다.
멀리서 내가 걸어가는 모습을 봤을 거고 그 또한 멀리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겠지
그 생각이 짜증인지, 원망인지, 아련함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옆을 남처럼 스쳐가는 그의 차가 나는 참 아팠다
그래... 어차피 헤어지면 김씨고 이씨고 그런거지 뭔 의미가 있겠어?
나는 이 이별이 너무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이렇게 연애하는 건 헤어지는 것이랑 별반 차이 없으니 견딜만할 거라고 생각했다
연애할 때도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지 않던 사람이니 헤어지는 것과 진배없다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남처럼 지나가는 그를 보니 뭔가 심장이 저려왔다.
그날부터였던 것 같다 시름시름 아파왔다
마음의 병이 몸의 병이 되어 버렸다
이유 없이 열이 나고 온몸의 에너지가 숨을 쉴 때마다 내 몸을 빠져나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발을 디딜 때마다 내 영혼이 땅속으로 꺼지는 기분이었다. 슬슬 몸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문득문득 습관처럼 그와의 추억이 떠올랐다.
연애초기 그 말캉하고 반짝이던 순간들과 뜨거웠던 시간들을 지나 이내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버린 시간들까지 순간순간 스쳐 지나갔다.
좋았을 땐 좋았던 대로, 속상했었을 땐 속상했었던 대로 그 나름 행복했을 텐데도 많은 것들 중에 생각나는 추억은 늘 정해져 있었다.
가장 행복했을 때와 가장 불행했을 때의 간극이 그리 멀지 않은 것이 더 무섭도록 속상했었다.
아침, 저녁으로 타로를 스프레드 해본다.
그는 나를 잊었을까요?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그에게 좋은 사람이 생길까요? 그는 이제 편한 게 지낼 수 있을까요?
평소에는 잘만 읽히던 카드가 읽히지 않는다
보란 듯이 심장에 칼이 꽂혀있고, 철옹성같이 자기 것을 지키는데 열중한 그에게 새로운 마음이 생겼다는 걸 믿기 싫다는 나의 욕심 같기도 하다
아니면 그 조차도 잘못 읽은 것 일수도 있다.
확실히 자점은 위험하다. 내 멋대로 해석하고 싶어진다.
여전히 몸이 아프다
에너지가 숨 쉴 때마다 몸 밖으로 빠져나가 호흡이 엇박자가 나는 기분이다.
이유 없이 숨을 몰아쉬게 되고 온몸이 돌처럼 굳는 것 같다.
바람만 불어도 죽을 듯이 춥고 조금만 햇볕이 비쳐도 쪄 죽을 듯이 덥다
(갱년기라고 하지 마라... 나도 알고 있다)
쉽지가 않다.
한 번도 제대로 된 이별을 해보지 않았던지라 (한번 연애하면 오래가는 편) 어쩌면 이런 경험도 나에겐 생경하긴 하지만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니 조금씩 적응하겠지 생각하고 있다
(이사를 가야 하나..... 휴 )